'정규리그 우승' 박미희 감독 "챔프전 끝나고도 웃어야죠"

입력 2019-03-09 19:20  

'정규리그 우승' 박미희 감독 "챔프전 끝나고도 웃어야죠"
"지도자 꿈꾸는 여자 후배들을 위해서라도 꼭 좋은 결과를"




(수원=연합뉴스) 하남직 기자 = 박미희(56) 흥국생명 감독은 담담한 표정으로 정규리그 우승 트로피를 들었다.
두 번째 정규리그 우승이 첫 통합우승으로 이어지길 바라는 마음이 박 감독의 눈물마저 막았다.
흥국생명은 팀의 정규리그 마지막 경기가 열린 9일 수원체육관에서 현대건설을 세트 스코어 3-1(23-25 25-15 25-18 25-16)로 꺾고 정규리그 우승을 확정했다.
지난 6일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치른 한국도로공사전에서 1-3으로 패해 홈에서 축포를 쏠 기회는 놓쳤지만, 1위 자리는 내주지 않았다.
정규리그 우승 행사를 마치고 만난 박 감독은 "지금은 마음 놓고 기뻐할 상황은 아니다.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해 기쁘긴 하지만, 챔피언결정전을 잘 준비해야 한다는 마음이 앞선다"고 말했다.



박 감독은 2년 전 기쁨과 아픔이 교차하는 봄을 보냈다.
2016-2017시즌 흥국생명은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했다. 박 감독은 국내 4대 프로스포츠에서 처음으로 팀을 정규리그 우승으로 이끈 여자 사령탑으로 기록됐다. 하지만 챔피언결정전에서 IBK기업은행에 밀려 통합우승 달성에는 실패했다.
박 감독은 "여전히 아쉬운 기억으로 남아 있다"고 당시를 떠올리며 "이번에는 상대 분석을 더 면밀하게 해서 꼭 통합우승을 거두고 싶다"고 했다.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한 날에도 박 감독은 '고민'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외국인 공격수 베레니카 톰시아가 정규리그 막판 부진에 빠졌다. 톰시아가 예전 모습을 되찾아야 흥국생명의 통합우승 가능성도 커진다.
박 감독은 "외국인 선수 걱정 때문에 더 웃을 수가 없다"며 "톰시아를 반드시 예전 모습으로 되돌려야 한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겠다"고 말했다.
이어 "정규리그 막판 이재영의 공격 점유율이 높았다. 이재영에게 충분히 회복할 시간을 주는 것도 중요하다"며 "다른 선수들도 우승에 대한 압박감 때문에 부담감을 드러낸다. 팀을 잘 정비하겠다"고 덧붙였다.
박 감독은 "아직 넘어야 할 큰 고비가 있다"고 거듭 손을 내저었지만, 흥국생명은 이미 큰일을 해냈다. 2017-2018시즌 최하위에 그쳤던 흥국생명이 다시 정규리그 정상에 오르기까지 박 감독의 마음고생도 심했다.
박 감독은 "나뿐 아니라 코칭스태프, 선수들, 구단 관계자가 모두 고생했다"고 팀 구성원 모두에게 공을 돌렸다.
박 감독은 이제 프로 여성 사령탑 최초의 통합우승에 도전한다.
그는 "두 번째 기회가 왔다. 나와 이도희 현대건설 감독이 좋은 성과를 내야 지도자를 꿈꾸는 여자 후배들이 더 큰 희망을 품을 수 있다. 통합우승 꼭 하고 싶다"고 의욕을 드러냈다.
흥국생명은 21일부터 플레이오프(한국도로공사-GS칼텍스) 승자와 5전 3승제의 챔피언결정전을 치른다. 박 감독은 "내일 하루 쉬고, 모레부터 챔피언결정전에 대비하겠다"고 했다.
jiks79@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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