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맘고생 끝' 이재영 "다행히 제가 강한 사람입니다"

입력 2019-03-09 1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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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맘고생 끝' 이재영 "다행히 제가 강한 사람입니다"
한 팬의 SNS '가족 욕'으로 맘고생…"흔들리면 저만 손해"




(수원=연합뉴스) 하남직 기자 = 흥국생명 선수들이 이재영(23)에게 달려와 물을 뿌렸다.
이재영의 쌍둥이 동생 이다영(현대건설)도 합류했다.
물세례를 맞으면서도 이재영은 환하게 웃었다. 온라인상의 사건으로 다쳤던 마음도 치유한 듯했다.
흥국생명 선수들은 정규리그 우승을 확정하는 날, 가장 뛰어난 활약을 펼친 선수에게 물을 뿌리기로 했다. 가장 먼저 '물세례' 세리머니를 제안한 사람은 바로 이재영이었다.
시즌 내내 팀의 에이스 역할을 한 이재영은 흥국생명이 정규리그 우승을 확정한 9일 수원체육관에서 열린 현대건설과의 경기에서도 양 팀 합해 최다인 23점을 올렸다. 흥국생명은 이재영의 활약 속에 세트 스코어 3-1(23-25 25-15 25-18 25-16)로 승리하며 정규리그 팀의 마지막 경기에서 우승을 확정했다.
경기 뒤 만난 이재영은 "'경기 MVP가 물을 맞기로 하자'고 내가 먼저 제안했는데, 결국 내가 물세례를 맞았다"라고 웃었다.



이재영의 미소에 많은 사람이 안도했다.
경기 전 박미희 흥국생명 감독은 물론 상대 팀 사령탑 이도희 현대건설 감독마저 이재영을 걱정했다.
최근 한 팬이 이재영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메신저로, 이재영의 어머니인 전 배구 국가대표 김경희 씨를 욕하는 글을 보냈다.
이재영은 "정말 속상했다"고 털어놓으면서도 "어머니가 '괜찮다'고 하시고, 감독님, 선후배들 모두 격려해주셔서 나아졌다"고 말했다.
그는 "다행히 어머니께서 나를 강하게 키우셨다. 이런 일로 흔들리면 나만 손해인 것 아닌가. 빨리 잊으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흥국생명 주장 김해란도 "재영이는 참 강한 사람이다. 혼자 있을 때는 울기도 하겠지만, 다른 사람 앞에서는 힘든 내색을 하지 않는다"며 "강한 선수라서 어떤 일도 잘 이겨낼 것 같다. 대견하다"고 했다.
코트에 서면 그 사건을 정말 잊는 듯했다.
이재영은 승부처였던 3세트에서 10득점했다. 그는 "(세터) 김다솔에게 '내게 공 올려줘'라고 말했다. 3세트에서는 내가 뭔가를 해야 할 것 같았다"고 떠올렸다.
승점 1이 필요했던 흥국생명은 세트 스코어 1-1로 맞선 3세트에서 이재영에게 공을 집중했다. 이재영이 10득점으로 화답하면서 흥국생명은 3세트가 끝나자마자 정규리그 우승을 확정했다.
이재영은 시즌 내내 화려한 공격을 선보였다. 올 시즌 이재영은 624점을 올려 득점 부문 전체 2위, 토종 선수 중 1위에 올랐다. 종전 개인 한 시즌 최다 득점(555점)은 훌쩍 넘어섰다.
이재영은 "힘들다고 느낀 적이 없다. 득점이 늘긴 했지만, 우리 팀에 좋은 선수가 많아서 내가 짊어질 부담이 크지 않았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자신에게만 스포트라이트가 향하는 걸 피하려는 배려였다.
챔피언결정전 우승 트로피만은 놓치고 싶지 않다.
이재영은 "2016-2017시즌에 정규리그에서 우승하고도 챔피언결정전에서 IBK기업은행에 패했다. 그땐 정말 많이 울었다"며 "그런 기분을 다시는 느끼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jiks79@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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