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시드니서 여성차별 철폐행진…소녀상 복장 한인들 참여

입력 2019-03-10 01:39   수정 2019-03-10 0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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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시드니서 여성차별 철폐행진…소녀상 복장 한인들 참여

(시드니=연합뉴스) 정동철 통신원 = 호주 시드니 도심 하이드파크에서 9일 시민 1천여명이 세계 여성의 날 기념 집회를 열었다.
특히 평화의 소녀상 복장을 한 한인들이 참여해 눈길을 끌었다.



중국계 여성단체의 군무로 시작된 집회에서 참가자들은 남녀 임금 격차, 가정폭력 피해여성 보호, 낙태 합법화 등 다양한 여성 이슈에서 호주 사회가 퇴보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실질적인 양성평등을 위해 인종, 계층, 신분, 배경과 상관없이 여성 연대가 먼저 이뤄져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진보정당 '사회주의자 연합' (Socialist Alliance) 당원인 핍 힌맨(59)은 "여성 임금 수준이 아직도 남성보다 16%나 낮다"면서 "이런 불평등을 개선해야 결과적으로 가정을 통해 남성도 혜택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가정폭력 피해 여성들의 쉼터가 예산 부족으로 줄줄이 문을 닫는 가운데 올해만 11명의 여성이 가정폭력으로 목숨을 잃었다"면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양성 평등을 지지하는 남성들도 눈에 띄었다.
전기엔지니어 케리 친(29)은 자전거에 '평등을 지지하는 남자·평등을 두려워하지 말라'는 배너를 달고 이번 행사를 지지하러 나왔다.
그는 "어릴 때부터 어머니와 여동생은 물론 주위에서 여자라는 이유만으로 차별을 당하는 여자들을 많이 봤다"면서 "여성차별이 해결돼야 비로소 남성도 행복할 수 있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단체의 도움 없이 나름대로 제작한 피켓을 든 시민 참석자들도 상당수 있었다.
'너의 빛을 발하라'는 문구의 피켓을 든 몬타라 로워(23)와 조지아 깁스(23)는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여성운동에 지지와 연대를 보이기 위해 참석했다"면서 "여성들이 자기 안에 품고 있는 가치와 의미를 자신 있게 드러내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기념식이 끝난 뒤 참가자들은 인근 벨모아파크까지 구호를 외치며 거리시위를 벌였다.



이 행진에는 '시드니 평화의 소녀상 실천 추진위원회'(시소추)도 참여했다.
'시소추' 전은숙(34) 사무총장은 소녀상 복장과 소녀상 얼굴 모양 가면을 쓰고 집회에 참석했다. 그는 "세계 여성의 날 기념 집회와 거리행진를 통해 일본군 성노예 문제가 아직도 해결되지 않은 여성 인권 침해라는 사실을 알리고 싶다"고 말했다.



'시소추' 회원들은 "우리는 위안부가 아니라 성폭행 피해자다. 일본 정부는 이를 전쟁범죄로 인정하라"고 촉구하는, 호주 아들레이드에 살고 있는 일본군 성노예 피해자 얀 루프-오헤른(93) 할머니의 메시지를 담은 배너도 들고 행진에 참여했다.


dcj@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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