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르비아서 '재벌정책' 강연 예정…"과거엔 성장견인차, 지금은 사익 몰두"
유럽 주요국 경쟁당국 수장과 협의…독일 국제경쟁회의서도 목소리
(세종=연합뉴스) 이대희 기자 =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유럽 경쟁당국자 앞에서 한국 재벌의 양면성을 설명할 예정이다.
11일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12일(현지 시간) 세르비아 베오그라드에서 열리는 '제23회 국제경쟁정책 워크숍'에 참석해 기조 강연을 한다.
이 워크숍은 공정위가 개발도상국에 경쟁법 집행 노하우를 전수하기 위해 1996년부터 매년 개최하는 행사다.
공정위가 미리 배포한 강연자료에서 김 위원장은 대기업에 먼저 자원을 배분하는 전략으로 한국경제가 급속한 성장을 이뤄내는 과정에서 재벌이라는 거대 기업집단이 탄생하게 됐다며 과거에는 (재벌이) 경제성장의 견인차 구실을 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최근 경제력 집중이 심화하면서 재벌은 관료와 정치인을 포획하고 언론을 장악했으며, 소유지배의 괴리에 따라 오너 일가의 사익추구 행위에 몰두하고 있어 한국경제의 역동성과 발전을 저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이를 '사회적 병리현상'이라고 규정했다.
상위 10대 재벌의 자산총액이 한국 국내총생산(GDP)의 80%에 달하는데도 고용 인원은 94만명(3.5%)에 불과하다는 예를 들며 재벌 성장이 한국경제 발전으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위원장은 이 때문에 한국 공정위가 본연의 경쟁정책뿐 아니라 재벌의 경제력 집중 문제까지 규율하게 된 것이라며 대기업집단 계열사 순환출자 금지 등 한국 제도를 소개했다.
김 위원장은 강연 이후 밀로에 오브라도비치 세르비아 경쟁보호위원장과 만나 공기업 경쟁법 집행과 관련한 한국의 경험을 공유할 계획이다.
김 위원장은 오는 17일까지 세르비아를 시작으로 벨기에·독일을 잇달아 방문한다.
그는 벨기에 브뤼셀에서 요하네스 라이텐베르거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 경쟁총국장과 양자 협의를 벌인다. 독일 베를린에서는 안드레아스 문트 독일 연방카르텔청장과 만난다.
김 위원장은 최근 독일과 프랑스가 '21세기 EU의 산업정책을 위한 공동선언문'을 발표하며 기업결합 심사기준 등 경쟁법 규정 개정 필요성을 주장한 데 대한 의견을 나눌 예정이다.
그는 독일 연방카르텔청이 1982년부터 격년으로 개최해 온 '독일 국제경쟁회의'에서 '글로벌 시장지배력의 확대와 경쟁 당국이 나아가야 할 방향' 세션 토론자로 참석한다.
그는 이 자리에서 미래 산업의 글로벌 시장지배력 남용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경쟁법을 넘어 정치·법률·행정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모여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할 예정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최근 글로벌 시장지배력 확대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상황에서 전 세계 경쟁 당국 수장, 경쟁법 전문가의 견해와 입장을 공유하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며 "특히 세계 경쟁법 논의를 주도하는 EU와 독일 경쟁 당국 수장과의 협의는 선진 경쟁 당국의 입장을 공유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2vs2@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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