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간 사하라·고비·아타카마·남극 코스 1천㎞ 내달려
"'불가능해 보여도 노력하니 길 생겨"…美 자전거횡단 도전 포부
(서울=연합뉴스) 정래원 기자 = "'극지 마라톤'이라니 아직도 꿈처럼 낯설어요. 직접 해 봐야 무슨 느낌인지 알 것 같아서 뛰게 됐지요."
한양대 공대 1학년인 유동현(22)씨는 작년 12월 남극 마라톤을 완주하며 한해 동안 4대 극지마라톤에 모두 참여한 '세계 최연소 극지마라톤 그랜드슬래머'에 올랐다.
지난해 5월 사하라사막 레이스를 시작으로 8월에는 고비사막 마라톤, 10월 아타카마사막 마라톤, 12월 남극 마라톤까지 내달렸다. 총 1천㎞에 달하는 대장정이다.
각 대회 참가자들은 약 250㎞ 달하는 거리를 일주일간 주파한다. 낮에는 식량과 침낭 등을 담은 배낭을 메고서 미지의 세계를 탐험하듯 달린다. 밤에는 전 세계에서 모인 참가자들이 함께 노숙하며 다음 날을 준비하게 된다.
일반인이 시도하기는 어려운 '극한 도전'으로 보이지만 유씨는 "이런 대회에 나가는 사람들이 도대체 어떤 생각을 하는지 궁금했다"며 10일 극지 마라톤 출전 배경을 설명했다.
유씨의 첫 대회는 지난해 5월 열린 사하라사막 레이스였다. 당시 유씨는 해병대 연평부대에 소속된 병장이었다.
그는 "대회에 한 번 출전하기 위해선 출전비와 항공비, 장비 구매 비용 등 6백여만원이 필요한데 군인 신분으로는 돈을 마련한 방법이 마땅치 않았다"고 "고등학교 동창회, 각종 스포츠관련 기업들, 동호회 홈페이지 등에 상황을 설명하고 후원을 요청하는 제안서를 보냈다"고 설명했다.
유씨는 "일부 참가자들이 후원자를 통해 돈을 마련한다는 이야기를 들어보긴 했지만, 솔직히 믿지 않았다"며 "알지도 못하는 사람의 도전을 위해 누가 돈을 내놓겠나 하는 의문이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곳곳에서 조금씩 모인 후원금으로 대회 직전 6백만원이 만들어졌고, 그렇게 나간 첫 대회에서 유씨는 첫 번째로 결승선을 넘었다.
그는 "가도 가도 피니시라인(결승선)이 나오지 않아서 포기하고 싶은 마음도 들었다"며 "그러나 그만두면 도와주신 분들께 너무 죄송할 것 같아서 울면서 뛴 날도 있었다"고 떠올렸다.
유씨가 남들보다 신체 조건이 뛰어난 것은 아니다.
그는 오래달리기에 불리한 평발인 데다가, 고등학교 때 무릎 수술을 받아 3개월간 휠체어 신세를 진 적도 있다. 극한 도전에 나서기에는 다른 사람보다 신체 조건이 오히려 처지는 편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유씨는 "대회에는 병으로 시력을 잃어 안내인과 함께 달린 참가자, 의족을 차고 달린 마라토너도 있었다"며 "불가능해 보여도 노력을 하다 보면 길이 생긴다는 말을 실감했다"고 전했다.
참가자들은 매일 정해진 거리만큼 주파한 뒤에는 텐트를 치고 식사를 하며 다음 날을 준비한다. 유씨는 잠들기 전 다른 참가자들과 모닥불 주위에 모여서 나눈 대화에서 "더 큰 세상을 본 느낌이었다"고 했다.
유씨는 "전 세계에서 모인 사람들과 스마트폰 중독이나 비만에서부터 환경문제까지 여러 주제로 토론하고 각자 살아온 얘기 등을 나누면서 눈이 뜨이는 기분이었다"며 "다른 참가자들과 얘기를 나누는 시간이 기대돼서 대회를 앞두고는 운동과 함께 어학 공부에도 시간을 많이 썼다"고 말했다.
1학년 1학기를 마치고 곧바로 입대한 유씨는 복학해 평범한 대학생으로 돌아갔다. 극지 마라톤을 모두 완주하며 최고의 인생 목표를 20대 초반에 일찌감치 달성했지만 정작 학교 공부를 하려니 쉽지 않다며 머쓱한 웃음을 지었다.
"어떤 일도 다 해낼 수 있을 것 같았지만 공대 공부는 또 어렵더라고요"
그는 "올여름에는 자전거를 타고 미국을 횡단하기 위해 계획을 세우는 중"이라며 "도전하는 삶을 이어나가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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