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정전사태 속 양 진영 수도 카라카스서 대규모 집회
마두로 '힘 빼기 전략' vs 과이도 '군 포섭·전국 순회'
(서울=연합뉴스) 성혜미 기자 = '한 나라 두 대통령' 상태인 베네수엘라에서 대규모 정전으로 피해가 속출한 가운데 수도 카라카스에서는 9일(현지시간) 양 진영의 '맞불 시위'가 벌어졌다.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이 정국을 안정시킬 수 있을지, 아니면 임시대통령을 선언한 후안 과이도 국회의장이 정권을 교체할지에 관심이 쏠린 가운데 어느 쪽이든 '군'(軍)이 열쇠를 쥐고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 수도서 맞불시위…정전사태로 혼란 가중
10일 AFP 통신과 로이터 통신, BBC에 따르면 토요일인 9일 베네수엘라의 수도 카라카스에서는 수만 명의 시민이 마두로 정권에 반대하며 시위를 벌였다.
이 자리에서 과이도 의장은 "마두로 정부는 그들 스스로 만들어낸 전력난을 해결할 방법이 없다"고 비난한 뒤 전국 순회 계획을 발표했다.
그는 "전국 순회를 마치고 나면 카라카스에 집결할 날짜를 알릴 것"이라며 때가 되면 외부의 개입을 요구할 것이라고도 위협했다.
지지자들은 대통령궁을 지칭하는 '미라플로레스'(Miraflores)와 '개입'(intervention)을 연호하며 화답했다.
시위대 중 일부가 체포되고, 경찰이 후추 스프레이를 사용하기도 했지만, 무력충돌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같은 날 마두로 대통령 지지자들도 카라카스 중심부에서 시위행진을 하며 미국의 제국주의와 석유 제재를 규탄했다.
마두로 대통령은 트위터에 "우리는 그 어느 때보다 제국주의에 맞서고 있다. 우리는 절대 항복하지 않을 것"이라며 지지자들을 독려했다.
그는 거의 70%의 전력을 복구했는데 또 다른 사이버 공격이 발생해 원점으로 돌아갔다며 미국을 겨냥한 음모론에 불을 지폈다.
베네수엘라 통신부 장관은 전력의 80%를 공급하는 남부 수력발전소의 중앙 발전기 자동제어시스템이 사이버 공격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이번 정전으로 병원들이 비상발전기를 가동하고 있지만,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해 여러 명이 숨졌고, 하루 200만명을 수송하는 카라카스 시내 지하철이 멈췄으며 비행편 취소도 잇따라 수백 명이 공항에 발이 묶였다.
NGO 회원인 의사 훌리오 카스트로는 트위터에 "정전으로 총 17명이 숨졌고, 이 중 9명은 응급실에서 숨졌다"고 주장했다.
또, 인터넷이 끊기고, 상점들이 문을 닫았으며 집마다 냉장고 가동이 안 돼 식료품이 상했다.
◇ 전문가들, 정국 향방에 軍 선택이 중요
전문가들은 베네수엘라 정국의 향방을 두고 '군'의 선택을 중요한 요소로 꼽는다.
미국 워싱턴의 싱크탱크인 '인터-아메리칸 다이얼로그'의 마이클 시프터는 AFP 통신에 "과이도가 공공부문 파업과 함께 유럽연합에 사회주의 정부에 대한 제재 강화를 요구하는 등의 방법으로 마두로를 압박하고 있는데, 이런 종류의 압박은 군 지도자들이 과이도를 받아들이고 정권붕괴와 선거로 이어지는 길을 열어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아직은 이러한 일이 벌어질 징후가 거의 없지만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과이도 역시 최근 몇 주간 700여명의 군과 경찰 간부들이 마두로 진영에서 빠져나왔다고 주장한다.
그는 앞서 군인들에게 반인륜 범죄가 아닌 한 자기편으로 오면 사면해주겠다고 제안한 바 있다.
시프터는 "이러한 방식의 군 지도부 전환은 오래 걸리겠지만, 폭력적이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급진적인 상황으로는 군의 '쿠데타'와 미국의 군사개입 시나리오도 있다.
시장조사업체인 'IHS 마킷'의 분석가 디에고 모야-오캄포스는 "베네수엘라에서 인도주의적 문제가 대규모로 발생하거나 마두로가 과이도나 의회를 공격할 경우 외부의 개입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마두로의 지지율이 14%까지 떨어진 상황에서도 군의 충성도는 여전히 강한 편이다.
베네수엘라 여론조사업체 '다타날리시스'의 분석가 루이스 빈센트 레온은 "(압박을 위한) 트럼프 대통령의 제재가 베네수엘라 국민의 삶을 더욱 힘들게 할 거고, 이로 인해 과이도의 이미지가 더럽혀질 수 있다"고 AFP통신에 말했다.
정치학자인 루이스 살라망카를 포함한 여러 전문가는 마두로 대통령이 과이도 의장이 저절로 힘이 빠지길 기다리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고 본다.
마두로 대통령은 이날 대통령궁 앞에서 연설하며 과이도 의장을 '미국의 광대와 꼭두각시'라고 비난했다.
특히 "군이 쿠데타를 일으키도록 그들이 무장세력을 초청했으나 군의 대답은 명확했다. 그들은 쿠데타 음모자들을 물리쳤다"고 감사를 표했다.
noano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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