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국가 지향·최고지도자 '신격화' 탈피 움직임 연장선인듯
(서울=연합뉴스) 최선영 기자 = 북한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제14기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입후보 여부에 대해 투표가 완료된 10일 오후 10시 현재까지 공개하지 않아 눈길을 끈다.
북한은 지난 1월 이번 대의원 선거를 공표한 이후 후보 등록 등 절차 준비 과정을 조선중앙통신 등 매체를 통해 보도하면서도 김정은 위원장이 어느 선거구에 후보로 등록을 했는지에 대해 함구했다.
선거 당일인 이날 김정은 위원장이 김책공업종합대학의 투표소에서 투표했다고 보도했을 뿐이다.
이는 김정은 위원장 공식 집권 이후 처음 치러진 2014년 제13기 선거(3.9)와 비교된다.
당시 김정은 위원장은 선거 20일 전에 제111호 백두산선거구에 후보로 등록한다는 서한을 전 주민에게 공개했고 이튿날 후보 등록을 마쳤으며, 북한 매체들은 이를 일제히 보도했다.
당시 북한은 2월 초부터 백두산선거구를 비롯해 모든 선거구에서 김정은 위원장을 대의원 후보로 추대하는 행사를 열며 대대적으로 선전했다.
이런 대조적인 모습은 이번 선거가 김정은 집권 두 번째인 데다, 북한이 제2차 북미정상회담에 집중했기 때문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러나 중요한 정치 이벤트로 꼽히는 김정은 위원장의 대의원 추대 행사를 생략한 것은 상당히 이례적이다.
이 때문에 최고지도자를 다른 대의원 후보들과 똑같은 자격으로, 선거 제도의 법적 틀안에서 소개함으로써 정상국가를 지향하는 변화의 과정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특히 김정은 정권이 최고지도자에 대한 신격화 선전에서 탈피하려는 움직임과 연관성도 주목된다.
김정은 위원장은 앞서 6일 제2차 전국 당 초급선전일꾼대회 참가자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수령의 혁명활동과 풍모를 신비화하면 진실을 가리게 된다"고 강조, 선대 김일성·김정일 체제에서 최고지도자 우상화의 원칙이었던 '신격화'를 사실상 부정했다.
최고지도자를 현실과 동떨어진 신적 존재로 부각해봐야 선전 효과를 반감시킨다는 점을 인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가 서한에서 "인민들에게 직선적으로 알려줘야 한다"라거나 "선전자료를 비현실적이고 과장된 요란한 표현으로 분식"하지 말라고 지적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이런 변화에는 김정은 위원장과 그의 여동생으로, 북한 선전 업무를 총괄하는 김여정 당 선전선동부 제1부부장의 젊은 신세대 마인드와 어린 시절 선진국에서 받은 교육에 따른 현실 인식과 솔직함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김정은 위원장이 문재인 대통령과 만남에서 북한의 낙후한 교통상황을 언급하거나 북한 매체들이 제한적이지만 내부의 치부를 공개 비판하는 등 김 위원장의 '현실 직시' 인식을 반영한 보도도 꾸준히 나오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북한은 11일이나 12일 이번에 선출된 제14기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명단 등을 공개하면서 김정은 위원장의 선거구도 함께 공개할 것으로 예상된다.
chs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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