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서 '황석영 작가와의 대화' 행사 열려…현지 독자 반응 뜨거워
(시드니=연합뉴스) 정동철 통신원 = "텅 빈 한국에서의 기억을 그의 소설이 채워 주었다"
황석영 작가의 소설이 어떤 의미를 주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마가렛 허렐(34)의 답변이다. 그녀는 갓난아기 때 호주로 입양되어 한국에 대한 기억이 없는데 황 작가의 영역본 소설이 그 심리적 공허를 채워 주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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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석영 작가와의 대화' 행사가 끝난 뒤 저자의 사인을 받은 3권의 영역본 소설 'At Dusk'(해질 무렵), 'Familiar Things'(낯익은 세상),'Princess Bari'(바리데기)가 그녀의 손 안에 갈무리 되어 있었다. 호주 고등학교에서 영어를 가르치는 허렐은 황 작가의 소설을 교재로 사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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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현지시간) 시드니 한국문화원이 주최한 '황석영 작가와의 대화'와 사인회가 호주 뉴사우스웨일즈(NSW)주 주립도서관에서 열렸다.
변호사이자 작가인 수전 릴과의 대담 형식으로 진행된 '작가와의 대화'에서 황 작가는 자신의 굴곡진 인생과 문학을 진지한 감동과 유쾌한 웃음으로 호주 독자들에게 전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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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수감생활에 대한 릴의 질문에 황 작가는 "내 별명이 빅마우스(Big Mouth)라는 뜻의 황 구라인데 독방에서 말 상대가 없는 게 가장 힘들었다"면서 "독서를 중단하고 노역을 신청해 일반수들과 어울리면서 말과 삶의 디테일을 유지할 수 있었다"고 답했다. 19번이나 단식투쟁을 한 수감생활 속에서도 사람과의 소통을 통해 작가로서의 건강성을 잃지 않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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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 작가는 최근 영역된 그의 소설 'At Dusk'(해질 무렵)에 대해 "잃어버린 옛사랑의 그림자를 찾아가는 형식으로 한국 자본주의의 회한을 표현하고 싶었다"면서 "급하게 구멍만 막은 채 지나쳐간 근대화의 심연을 다시 돌아가 그 마개를 열고 재발견할 필요가 있다"고 역설했다. "현대는 망각과 기억의 갈등"이라는 그의 규정은 청중들의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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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와의 대화'가 끝난 뒤 이어진 사인회에서 독자들은 저마다 황석영 작가의 영역본 책을 들고 긴 줄을 섰다. NSW주 주립도서관이 준비한 영역본 소설은 모두 매진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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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행사에 참여한 리마스 밀라사스(64)는 소감을 묻는 말에 "극적인 고난과 고통의 삶 가운데에서도 낙관과 유머를 잃지 않은 모습이 인상적"이라면서 "서구 언론이 아시아 작가들에 대해 정당한 관심을 기울여야 할 때"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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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석영 작가는 앞서 8일에는 뉴사우스웨일즈(NSW) 대학 한국학 신기현 교수의 초청으로 한국어를 공부하는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특강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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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말 좋아하세요?"라는 황 작가의 질문에 학생들이 "예!"라고 경쾌하게 답하면서 특강은 시작됐다.
그는 "한국에는 K-POP과 한류 드라마라는 판타지 이면에 왜곡된 근대화 과정의 상처와 아픔이 있다"면서 "나의 문학은 과거를 기억하고 진실을 밝히고 용서와 상생을 추구하는 작업"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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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SW 대학에서 영문학을 전공하는 알렉산드리아 드 빌더(19)는 "'At Dusk'(해질 무렵)를 읽고 받은 감동 때문에 특강에 참여했다"면서 "황 작가의 인생과 문학을 이해할 좋은 기회였다"고 말했다. 그는 "이 소설은 급격한 사회와 인생의 변화를 시적인 문체로 리얼하게 표현한 걸작"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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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cj@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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