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까지 불참비도 부과…학교 '학사일정으로 진행돼 결석처리 불가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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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천=연합뉴스) 윤태현 기자 = 부천 한 대학교가 수년간 학생들에게 수련회(MT) 참석을 사실상 강요하고 불참하는 학생들에게는 불참비를 부과해 논란이 일고 있다.
이 학교는 학생들의 불만이 이어지자 올해는 불참비를 받지 않겠다며 수습에 나섰지만, 수련회를 불참하는 학생들을 결석 처리할 방침이어서 논란은 계속될 전망이다.
11일 서울신학대학교 학생들에 따르면 이 학교 학생처는 매년 '모꼬지'라고 불리는 수련회를 진행한다.
모꼬지는 여러 사람이 모인 놀이·잔치라는 의미의 우리말이다. 일정은 대부분 각 학과 교수들과 선·후배들이 만나 서로 친목을 다지는 내용으로 채워졌다.
올해는 이달 22일(금요일) 전 학과가 모꼬지를 진행할 예정이며 행사 당일을 포함해 일정을 1박 2일로 늘릴지 여부는 각 학과의 자율에 맡기고 있다. 지난해에는 총 12개 학과 중 6개 학과가 모꼬지를 1박 2일 일정으로 진행했다.
문제는 일부 학과가 개인 사정 등으로 모꼬지 참석이 어려운 학생들에게 불참비(1만∼3만원)를 부과하고 결석 처리하는 등 불이익을 주는 점이다.
이런 탓에 이 학교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수년째 불만을 토로하는 학생들의 글이 다수 게시되고 있다.
한 학생은 SNS에 '중·고등학교 때 수련회 안 간다고 불참비 내라는 학교도 없을뿐더러 모꼬지가 아무리 학교 행사라고 해도 강압적으로 전원 다 참여하라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생각된다'며 '학생 개인마다 사정이란 게 있는 것인데 학교는 행사라는 명목으로 소수 학생을 고통스럽게 한다'고 주장하는 글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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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의 불만이 이어지자 이 학교는 올해 모꼬지 일정을 하루만 진행하고 불참비도 받지 않겠다며 수습에 나섰지만, 회비(1만5천원) 부과와 결석처리 방침은 유지하고 있어서 학생들의 불만은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이 학교 학생 A씨는 "학교는 모꼬지가 학사일정인 현장실습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불참 시 결석 처리되는 것은 어쩔 수 없다고 한다. 그러나 학사일정이라면 회비는 학교에서 내야 하며 적법한 사유가 있으면 불참자를 결석 처리하면 안 된다"며 "이런 부당한 일이 계속 학교에서 벌어지는 것은 교내에 팽배한 '강압적인 분위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실제 이 학교 B 학과에서는 신입생들에게 얼굴도 잘 모르는 선배들에게 인사를 강요하거나 군대에서 관등성명을 대듯이 자기소개를 시키는 등 학과 생활과 언행을 통제하고 이를 어길 때는 선배들이 신입생 대표 등에게 주의를 주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모꼬지에서는 신입 남학생들에게 장기자랑을 시킨 뒤 여장을 하게 하거나 수업 외 학과 생활을 출·결석에 반영한 것으로 알려졌다.
B 학과 관계자는 "인사 등을 강요한 적은 없다"며 "학교생활에 있어서 불만이 있는 학생은 일부에 불과하다. 일부 학생들의 불만을 근거로 학교생활 전체가 부당한 것으로 단정 짓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학생들의 주장을 반박했다.
이 학교 학생처 관계자는 "모꼬지는 학사일정으로 교칙에 따라 진행되지만 세부 일정이나 내용은 각 학과에서 자율적으로 정하는 것이지 일괄적인 운영기준이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다만 학생들의 불만이 있는 만큼 불참비 부과 등 불합리한 모꼬지 운영을 금지해달라고 각 학과에 공문을 보냈다"고 설명했다.
이 학교 총학생회 관계자는 "총학생회 차원에서 모꼬지와 관련된 교칙을 개정하는 방안을 학교 측에 촉구할 방침"이라며 "각 학과 내에서 학생들이 불만을 가지는 부당한 점에 대해서는 제보를 적극적으로 받을 것"이라고 밝혔다.
tomatoy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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