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 높이의 설형문자 새겨진 돌…수입 신고서에 의심 품고 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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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김기성 기자 = 영국 공항 한 통관 관리의 날카로운 눈썰미가 바빌로니아 시대의 유물 밀수 기도를 적발해 이를 본국인 이라크로 돌려줄 수 있게 됐다.
10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영국 당국은 히스로공항을 통해 밀반입되려던 설형문자가 새겨진 바빌로니아 시대의 돌 유물을 적발, 이를 반환하기로 했다.
약 30㎝ 높이의 이 돌은 이라크에서 약탈당한 것으로, 네부카드네자네르 1세(약 1126~1103 BC·구약성경의 느부갓네살왕 1세) 재위 시기로 거슬러 올라가는 것으로 밝혀졌기 때문이다. 그는 이후의 유명한 인물인 네부카드네자네르 2세(605~562 BC)와는 다른 인물이다.
이 돌은 또 세계 주요 박물관들에 전시될 가치가 충분히 있으며, 수십만 파운드(한화 수억 원)의 가치가 있는 것으로 추정됐다.
영국 당국은 이 유물을 오는 19일 이라크 측에 반환할 예정이다.
이처럼 이 유물을 본국에 돌려줘 앞으로 많은 사람이 감상할 수 있게 된 것은 히스로공항 한 통관 관리의 역할이 컸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이 관리는 당시 영국인 수입업자가 통관신고서에 쓴 '가정 장식용 터키산 조각된 돌"이라는 글귀에 의심을 했다. 또 가치에 대해서는 "300"이라고만 쓰였지 어느 나라 화폐 단위인지도 적혀 있지 않았다.
이 관리는 일단 이 물건에 대해 인터넷 등을 통해 조사를 한 뒤 영국박물관 측과 접촉해 분석을 의뢰했다.
결국, 이는 바빌로니아 시대 경계석(境界石)으로, 몇 개 남지 않은 쿠두루(kudurru)의 하나라는 판정이 내려졌다. 쿠두루는 바빌로니아 왕이 토지나 다른 혜택 등 특정인에게 하사한 내용을 기록한 공문서 성격을 띠고 있다.
영국박물관의 선임 큐레이터인 존 심슨 박사는 "깨지긴 했지만, 박물관에 전시될 가치가 충분하다"며 메소포타미아 역사의 조금만 알려진 일화, 즉 이웃 간에 항상 우호적이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역사적이고 주요한 문서라고 말했다.
심슨 박사는 또 "가정 장식 목적의 새겨진 돌이라고 신고한 것은 진실을 다 말하지 않는 것"이라며 수입업자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것을 에둘러 표현했다.
심슨 박사는 이라크 남부 지역의 많은 유적지가 1994년부터 2004년 사이에 크게 약탈을 당했다며 이 유물도 그때 사라진 것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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