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국대·서울대 연구팀 '테노포비어 내성 바이러스' 세계 첫 확인
"발생 빈도 높지는 않다" 지나친 불안감 경계
(대전=연합뉴스) 이재림 기자 = B형 간염 바이러스 치료제 '테노포비어'를 무력화하는 돌연변이가 발견됐다.
한국연구재단은 건국대 김균환·박은숙 교수와 서울대 이정훈 교수 연구팀이 테노포비어에 대한 내성 바이러스를 환자로부터 분리하고, 세계에서 처음으로 내성 원리를 규명했다고 12일 밝혔다.
B형 간염 바이러스(HBV)는 만성 간염·간 경화·간암을 일으키는 골칫거리다.
최악의 경우 환자를 사망에 이르게 한다.
세계적으로 약 4억 명이 감염된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가장 강력한 치료제로 꼽히는 건 테노포비어다.
다른 항바이러스제와 달리 약제 내성 돌연변이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나라 연구팀은 그러나 테노포비어 내성을 갖는 돌연변이 B형 간염 바이러스를 발견해 학계에 보고했다.
테노포비어 치료를 받은 만성 B형 간염 환자 중 2명에게서 바이러스 돌파 현상(viral breakthrough)이 확인되면서다.
바이러스 돌파는 항바이러스 치료 후 지속적인 약제 복용에도 HBV DNA가 최저점으로부터 다시 10배 이상 상승하는 것을 말한다.
연구팀은 환자 혈청에서 이 내성 바이러스를 분리했다.
이후 치밀한 분석과 돌연변이 클론 제작 과정 등을 통해 약제 내성과 관련한 새로운 돌연변이를 찾아냈다.
아울러 돌연변이가 약제 감수성을 15배 이상 줄이면서 바이러스 돌파가 일어나는 것도 확인했다.
테노포비어 내성은 모두 4개의 돌연변이가 동시에 생겨야 나타난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지금까지 테노포비어에 대한 내성 바이러스 출현 가능성이 적었던 건 이런 복잡한 경위와 관련돼 있다는 뜻이다.
김균환 교수는 "테노포비어 내성 돌연변이 특성을 세세히 분석해낸 것"이라며 "서둘러 만성 B형 간염의 새로운 항바이러스제를 개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다만, 지나친 불안감 조장은 금물이라고 연구진은 강조했다.
이정훈 교수는 "모든 B형 간염 바이러스에 대한 경구용 약제는 내성 돌연변이를 유발할 수 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면서도 "적절한 항바이러스제는 간 경화나 간암 발생을 줄일 수 있는 강력한 무기인 데다 내성 돌연변이 발생 빈도가 높지 않은 만큼 불필요한 두려움은 금물"이라고 덧붙였다.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한국연구재단 기초연구사업(중견연구) 지원으로 수행했다.
성과를 담은 논문은 유럽 간학회지 '저널 오브 헤파톨로지'(Journal of Hepatology) 2월 20일 자에 실렸다.
walde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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