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파면 사유 존재하지 않아 위법"…학교 측 항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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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연합뉴스) 차근호 기자 = 2016년 부산 동아대에서 발생한 '허위 성추행 대자보 사건' 때 학교로부터 성추행범으로 지목돼 파면당한 교수가 파면 무효소송을 제기해 승소했다.
12일 동아대와 A교수 등에 따르면 학교 측이 성추행·실기대회 성적조작 혐의로 징계위원회를 열어 파면한 미술학과 A 교수가 법원에 파면처분 무효확인 소송(부산지법 서부지원 제1민사부)을 제기해 지난달 1심에서 이겼다.
해당 사건 판결문을 보면 재판부는 학교 측이 근거로든 파면 사유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결론 내고 "파면처분은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법원은 성추행 혐의에 대해 "피해자로 지목된 여성이 수사기관에 성추행과 관련해 고소하거나 신고한 사실이 없었고, 수사기관도 피해 사실을 입증할 수 없어 내사 종결 처리했다"면서 "학교가 제시한 증거는 피해 여성으로부터 성추행 피해 사실을 전해 들었다는 사람의 진술을 적은 것이고, 해당 증거에 포함된 피해 여성의 진술 또한 적극적으로 한 것이 아니라 상대방의 질문 내지 추궁에 소극적으로 답변한 것에 불과하다"며 판결 이유를 밝혔다.
또 실기대회 성적조작 혐의와 관련해서는 "학교 측 조사보고서에 진술자들이 말하지 않은 내용까지 적혀 있어 믿을 수 없고, 검찰에서도 증거불충분으로 불기소한 사건"이라면서 "학교 측이 문제 삼고 있는 수상 순위 변경은 전산 입력 과정의 오류를 배제할 수 없는 데다가 학교 측이 문제 삼고 있는 수상 대상자 외에도 오류가 존재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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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대 미술학과에서는 2016년 3월 교수의 성추행 의혹이 담긴 허위 대자보가 게시됐다.
이 대자보로 누명을 쓴 한 교수는 괴로워하다가 한 달 만에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논란이 일자 자체조사에 나선 학교 측은 진범을 A교수로 지목하고 징계위원회를 열어 파면 처분했다.
A교수는 "마치 제가 고인이 된 분에게 누명을 씌운 것처럼 학교 측이 만들어간 것이 억울하다"면서 "어떤 이유가 있는지 모르겠지만 학교 측이 저를 파면하기 위해 없는 사실을 있는 것처럼 진술서를 엉터리로 작성한 부분도 이미 법원 판결문으로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동아대 측은 "자체 감사를 통해 사안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파면처분 했던 것"이라면서 "법원이 무효 처분을 내린 것이 너무 당혹스럽고 현재 항소심을 통해 다시 파면처분의 적절성을 다투고 있다"고 전했다.
read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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