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아 디스카운트' 해결하려면 기업 자본배분 개선해야"

입력 2019-03-11 17:00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결하려면 기업 자본배분 개선해야"
美돌턴인베스트먼트 임성윤 연구원 인터뷰…한국 정부에 '주식시장 개혁' 공개 제안



(서울=연합뉴스) 김아람 기자 = "'코리아 디스카운트'는 명백히 존재합니다. 시장 참여자와 정책 입안자들이 문제를 인식하고 어떻게 이를 해결할 수 있을지 공론화해야 합니다."
최근 한국 정부와 국회, 국민연금 등에 국내 주식시장의 문제 개선을 촉구하는 서한을 보낸 미국 투자회사 돌턴인베스트먼트에서 한국 투자를 담당하는 임성윤 연구원(시니어 애널리스트)은 11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서한을 보낸 취지를 이같이 설명했다.
1990년대 말부터 한국에 투자해온 돌턴은 운용자산이 4조원에 달하는 회사로 미국 투자회사로는 처음으로 한국 스튜어드십코드(수탁자책임 원칙)을 도입했다.
임 연구원은 국내 주식시장에 대해 "자본 효율이 가장 큰 문제"라며 "우리나라 기업이 사업으로 돈을 잘 벌지만 투자할 때 기회비용을 별로 생각하지 않고 주주환원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등 자본 배분이 제대로 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지난 2011∼2017년 기준 한국 기업의 평균 총주주환원율은 18%로 미국(97%)은 물론 한국과 경제 수준이 비슷한 대만(60%)보다도 한참 낮다는 게 임 연구원의 설명이다.
이 비율은 배당금 지급액과 자사주 매입금액 합계를 당기순이익으로 나눈 수치로 기업이 주주에게 이익을 얼마나 돌려주는지 보여주는 지표다.
임 연구원은 "기업 경영진이 소수 주주보다 계열사나 기업 그룹을 우선 생각한다"며 "배당소득세율도 너무 높아 대주주 입장에서도 환원할 인센티브가 없어 일감 몰아주기나 내부 거래가 많다"고 지적했다.

돌턴은 한국 정부에 보낸 서한에서 결국 한국 기업의 자본배분 전략을 개선하고 주주 이익에 맞춰 경영 인센티브를 조정해야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결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전자투표제와 누적투표제 의무화, 감사위원회 선거 분리, 주식 의무공개매수 시스템 도입, 대주주 배당소득세율 인하 등을 해법으로 제시했다.
이런 내용을 담은 돌턴의 제안에는 한국의 밸류파트너스와 KCGI, 미국의 루앤커니프와 브랜디스 인베스트먼트가 동참했다. 이들 5개 업체가 뭉친 투자연대의 운용자산은 약 50조원 규모다.
임 연구원은 "아직 정부나 국회에서 이번 제안에 대한 공식 답변은 없었다"면서도 "경제개혁연대가 긍정적인 논평을 내는 등 많은 분이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돌턴은 최근 지분 약 2.5%를 보유한 현대홈쇼핑[057050]에도 배당 확대 등 자본배분과 주주가치 개선을 촉구하는 주주 서신을 보낸 바 있다.
현대홈쇼핑이 이익을 잘 내고 보유 현금도 많지만 소수 주주는 장기간 투자해도 수익률이 미미하다고 돌턴 측은 서신에서 지적했다.
2010년 상장 이후 현재까지 현대홈쇼핑의 총주주수익률(기업가치 증가분과 배당수익률을 합한 개념)은 약 17% 손실을 기록했다.
임 연구원은 "현대홈쇼핑의 핵심본업 운용자본이익률은 약 100%에 이르지만 주주환원은 매우 적은 수준이고 주주가치가 하락했는데도 경영진 보수는 계속 올라갔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현대홈쇼핑 경영진과 접촉을 여러 번 시도했고 작년에 비공개 서신도 보냈으며 최고재무책임자(CFO)와도 미팅을 했다"며 "하지만 그 이후 한화L&C를 비교적 비싼 가격에 인수하고 주주환원 문제도 전혀 개선이 없었다"고 전했다.
돌턴은 다가오는 현대홈쇼핑 주주총회에서 이사회가 제시한 사외이사 및 감사위원, 사내이사 선임 안건에 반대할 계획이다.
임 연구원은 외국계 펀드가 국내 기업에 주주제안을 하고서 주가가 오르면 지분을 팔고 떠나는 '먹튀' 논란에 대해서는 "소문만 내고 자본 배치 또는 사업전략 등 기업가치 향상을 위한 노력 없이 단기간에 팔고 나가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다만 "주주행동펀드가 많은 경우 장·단기를 아우르는 전체 기업가치가 상승하도록 노력하지만 지분이 크지 않아 그 과실은 나머지 주주들이 갖게 되는 경우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돌턴은 현대홈쇼핑도 3년 보유하는 등 평균 투자 기간이 최소 3∼7년이며 10년 이상 보유하는 종목도 많다"고 강조했다.
임 연구원은 최근 국내 주주행동주의 활성화 움직임에 대해서는 "굉장히 필요한 것"이라며 "기업들이 자본배치를 잘해서 기업가치가 크면 굳이 수고스러운 주주 행동주의를 할 이유가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ric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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