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크탱크 보고서…275개 금융업체 유럽으로 사업·직원 등 이전·자산 1조 파운드 빠져나가
더블린 가장 선호…룩셈부르크·파리·프랑크푸르트 순
(런던=연합뉴스) 박대한 특파원 =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이른바 브렉시트(Brexit)에 대비해 영국 금융가에서 1조 파운드(약 1천475조원)의 자산이 빠져나간 것으로 집계됐다.
영국이 유럽연합(EU)과 아무런 협정을 맺지 못하고 탈퇴하는 '노 딜'(no deal) 브렉시트가 발생하면 이같은 추세가 가속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1일(현지시간) 일간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싱크탱크인 '뉴 파이낸셜'(New Financial)은 새 보고서에서 브렉시트 준비의 일환으로 사업과 직원, 자산 등을 옮기거나 옮기고 있는 금융업체가 275개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은행과 투자은행이 이미 8천억 파운드(약 1천180조원)를, 자산운용사와 보험사가 각각 650억 파운드(약 96조원)의 자산을 유럽으로 재배치했다.
이같은 수치는 공개적으로 유럽에서 새 사업체를 설립하거나 자산을 이전한다고 발표한 곳만을 집계한 것으로, 별도 발표 없이 움직이는 기업들을 고려하면 '브렉소더스'(Brexodus) 규모는 더 클 것으로 추정된다.
브렉소더스는 브렉시트와 탈출(exodus)을 결합한 용어로, 브렉시트를 앞두고 기업들이 각종 불확실성을 피해 영국을 떠나는 것을 의미한다.
일각에서는 이를 브렉시트에 대한 의심과 비관주의를 대중들에게 새기려는 이른바 '프로젝트 공포'(Project Fear)로 여겼지만 실제로 이미 일어나고 있는 일이라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영국을 떠난 금융업체가 가장 많이 향한 곳은 아일랜드 수도 더블린으로 모두 100개 기업이 새로운 조직이나 사업체를 설립했다.
룩셈부르크가 60곳으로 뒤를 이었고, 파리(41곳), 프랑크푸르트(40곳), 암스테르담(32곳) 등의 순이었다.
지난 1월 영국 고등법원은 1천640억 파운드(약 242조원) 규모의 자산을 더블린으로 옮기려는 바클레이의 비상계획을 승인했다.
미국의 뱅크오브아메리카 메릴린치는 지난해 500억 달러(약 57조원) 규모의 자산을 더블린으로 옮기는 한편, 파리에 500명 규모의 트레이딩 사업부를 설립하기로 했다.
'뉴 파이낸셜'은 이같은 추세가 가속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지금은 EU가 유럽에 새로운 조직을 설립하는 것을 쉽게 허용하고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 금융기관에 인원 확대 등을 요구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뉴 파이낸셜'은 "더 많은 사업과 자산, 일자리가 영국에서 빠져나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pdhis95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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