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닷새째 대정전' 베네수엘라 피해 눈덩이…국가비상사태 선포

입력 2019-03-12 09:21   수정 2019-03-12 1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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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닷새째 대정전' 베네수엘라 피해 눈덩이…국가비상사태 선포
비상사태 선포한 국회도 1시간만에 정전…"환자 등 수십명 사망"
휴교령 24시간 연장…과이도 "12일 대규모 항의 시위" 예고

(서울=연합뉴스) 성혜미 기자 = 닷새째 '대정전'을 겪고 있는 베네수엘라 국회가 11일(현지시간)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임시 대통령을 자처하는 후안 과이도 국회의장은 이날 국회 긴급회의를 소집, "베네수엘라에 정상적인 것이 하나도 없다. 우리는 이러한 비극이 정상으로 간주되는 것을 허락해서는 안 된다"며 "국가비상사태 선포가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이에 국회가 과이도 의장의 요청을 받아들였다고 AFP 통신과 로이터 통신 등이 보도했다.


과이도 의장과 국회는 비상사태 선포를 통해 베네수엘라와 콜롬비아, 브라질 국경에서 한 달째 꼼짝 못 하고 있는 국제 원조물자 250t을 들여오길 원한다.
하지만 국제 원조를 '외세 침투'라며 반대하는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이 군과 경찰을 장악하고 있기 때문에 국회가 이를 강제할 방법이 없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베네수엘라 헌법은 재난 상황에서 대통령이 비상사태를 선언할 수 있도록 규정하지만, 이 선언이 실질적으로 어떤 효력을 가지는지에 대해서는 적혀있지 않다.


지난 7일 시작된 '베네수엘라 대정전'은 막대한 피해를 낳고 있다.
과이도 의장 측에 따르면 전국 23개주(州) 가운데 16개주에 전력 공급이 전혀 되지 않고 있으며, 6개주는 부분 정전 사태를 겪고 있다.
심지어 이날 비상사태선포를 위해 소집된 국회도 회의 시작 1시간 만에 전기가 끊겼다.
베네수엘라의 병원에서는 의료장비 가동 중단으로 환자들이 사망하고, 시내에는 지하철 운행이 멈췄으며 수 백만 명의 시민이 앞다퉈 식량·식수를 구하고 있고 석유 수출 등 산업도 마비됐다.
지난 주말 일부 지역에서 전력이 복구됐지만, 몇 시간 만에 단전이 반복되는 상황이다.
마두로 정부는 정전 이틀째인 지난 8일에 이어 이날도 관공서와 공기업 등에 출근하지 말라고 통보하고 휴교령을 내렸다.
정보부 장관은 이날 오후 휴교령 등이 24시간 더 연장될 것이라고 발표했다.



과이도 의장은 이번 사태를 '대재앙'이라 칭하며 "라틴 아메리카 역사상 최악의 정전으로 수 십명이 목숨을 잃었다"고 말했다.
과이도 의장은 12일 오후 3시 베네수엘라 국민 전부가 거리로 나와 마두로 정권에 반대하는 대규모 시위를 벌이자고 예고했다.
그는 군과 경찰에 시위를 방해하지 말 것을 요청했다.
지난 주말에도 수도 카라카스에서는 과이도와 마두로 지지자들의 대규모 집회가 나란히 열렸다.


이번 대정전의 직접적인 원인은 베네수엘라 전체 전력의 3분의 2를 담당하는 구리 수력발전소의 고장이다.
마두로 대통령은 발전소가 전자기 공격을 받았다며 미국을 비난하고, 과이도 의장은 정부가 전력망 유지에 실패했다고 비판한다.
윈스턴 카바스 전기기술자 협회장은 "복구과정이 복잡해 5∼6일이 걸릴 것"이라며 "우리는 한때 세상에서 가장 강력한 전기 시스템을 가졌지만, 현재 이 시스템을 관리하는 사람들이 망가뜨렸다"고 로이터 통신에 밝혔다.
[로이터 제공]
noanoa@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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