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건 "영변 폐기 어떠한 합의도 못했다"…'완전한 핵신고' 강조

입력 2019-03-12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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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건 "영변 폐기 어떠한 합의도 못했다"…'완전한 핵신고' 강조
"北, '영변 정의' 계속 바꿔와…우리는 광범위하게 규정"
일괄타결식 빅딜론 맞물려 '핵신고' 중요성 언급 주목




(워싱턴=연합뉴스) 송수경 이해아 특파원 =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특별대표는 11일(현지시간) 영변 핵 시설 폐기 문제와 관련해 북한과 어떠한 합의점도 찾지 못했다면서 '완전한 핵 신고'(complete declaration)의 필요성을 거론했다.
북한이 지난달 27∼28일 2차 북미 정상회담에서 영변 핵 시설 폐기 카드를 꺼내 들었지만 정작 그 개념을 놓고도 북미 간 간극이 해소되지 않았다는 설명으로, 영변 핵 시설에 대한 '완전한 폐기'를 위해서라도 제대로 된 신고가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비건 특별대표의 '핵 신고' 언급은 트럼프 행정부가 2차 북미 정상회담 결렬 이후 '일괄타결식 빅딜론' 쪽으로 대북협상 방향을 정한 것과 맞물려 더욱 주목을 받고 있다.
북미 실무협상의 미국측 대표인 비건 대북 특별대표는 이날 카네기 국제평화기금 주최 콘퍼런스 좌담회에 참석, '영변 폐기'의 정확한 개념에 대해 북미가 의견일치를 봤느냐는 질문에 "영변 (핵 시설) 폐쇄와 관련해 어떠한 합의에 달하지 못했다"며 "현시점에 영변과 관련한 어떠한 것에도 합의된 접근은 없다"고 밝혔다.
비건 특별대표는 "영변은 많은 다른 것들을 의미할 수 있다"며 영변 핵시설의 정의에 대한 복잡성을 언급했다.
그는 "6자 회담 때인 2008년 신고 당시 '영변'은 플루토늄 원자로와 플루토늄 재처리 시설을 의미하는 것이었지만, 지난 10년간의 과정을 거치면서 북한은 미신고(undeclared) 고농축 우라늄 시설을 영변에 세웠다"며 "따라서 분명히 영변 내 핵분열성 물질 생산은 플루토늄 시설뿐 아니라 우라늄 시설에서도 이뤄지고 있다. 이 두 가지 모두 핵무기 개발 과정에 사용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영변은 이보다 훨씬 더 많은 부분을 의미하기도 한다. 영변은 북한의 핵연료 사이클 및 핵무기 개발에 관련된 종합적 산업 단지"라며 "(영변 핵 단지는) 대규모 지역에 산재한, 적게는 수십개, 많게는 수백개에 달하는 시설들로 이뤄져 있다. 이 대규모 지역이 일반적으로 영변으로 통칭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우리가 비핵화 과정에서 북한에 요구하는 것은 핵연료 사이클 및 핵무기 프로그램의 모든 요소를 제거하라는 것"이라며 "따라서 영변에 대한 우리의 정의는 꽤 광범위하다"고 말했다.
비건 특별대표는 "북한이 영변을 어떻게 규정하기로 했는지에 대한 세부 사항을 언급하고 싶진 않지만, 대체로 그것(영변에 대한 북한의 규정)은 바뀌어왔다"며 북한이 영변에 대한 개념을 바꿔왔다고 주장한 뒤 "비핵화 과정에서 그에 수반되는 신고가 이뤄지는 게 중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우리는 북한의 무기 프로그램의 정의에 대해 합의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신고가 완료되기 이전에 비핵화의 일부 요소들을 시작할 수 있다"며 "2008년의 경우 (신고서) 작성에 대략 9개월 정도 소요된 바 있다"고 부연했다.
비건 특별대표는 "우리는 완전한 신고를 얻어내야 한다"며 "영변과 같은 산업 시설이야말로 우리가 전체적인 (핵) 역량 및 그들이 대량살상무기(WMD) 단지의 결과물로 무얼 보유하고 있는지에 대해 의견일치를 보는 것이 왜 중요한지를 보여준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비건 특별대표는 북미 간 신뢰 구축 조치에 대한 질문을 받고 "확실히 우리는 사찰단을 북한으로 들여보내는 방안에 매우 관심을 갖고 있다"며 "그 일환으로 우리는 상설 연락사무소를 설치할 필요가 있을 것"
이라고 밝혔다. 이어 연락사무소 외에도 북미가 논의한 많은 사안이 있었다고 덧붙였다.
앞서 비건 특별대표는 북미 간 평양 실무협상 직전인 지난 1월 31일 스탠퍼드 대학 강연에서는 "비핵화 과정이 최종적으로 되기 전 어느 시점에 우리는 포괄적 신고(comprehensive declaration)를 통해 북한의 WMD와 미사일 프로그램의 전체 범위에 대해 완전히 파악해야 한다"며 당초 비핵화 초기 조치로서 요구해온 '포괄적 핵신고'의 시점을 다소 늦출 가능성을 시사한 바 있다. 그러나 이날은 신고의 구체적 시점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은 채 '완전한 신고'라는 표현을 통해 한층 그 필요성을 강조했다.
폼페이오 장관도 2차 북미 정상회담 이후 미국이 북한에 완전한 핵신고 합의를 종용하지 않기로 했다는 언론 보도에 "이번 회담에서도 요구를 했고 앞으로도 할 것"이라고 일축한 바 있다.
영변 핵시설 폐기 문제와 관련, 앞서 리용호 북한 외무상은 2차 북미 정상회담 결렬 후 '영변의 플루토늄과 우라늄을 포함한 모든 핵물질 생산시설의 완전한 폐기'를 미국에 제안했다고 밝혔으나, 미 국무부 고위 당국자는" 북한이 제재 해제를 조건으로 우리에게 제안한 것은 영변 단지 일부의 폐쇄였다"고 반박한 바 있다.
이에 최선희 외무성 부상이 "영변은 다 내놓는다고 했다"고 재반박하는 등 영변 핵시설 폐기 범위를 놓고 양측간에 공방이 이어져 왔다.
이와 관련해 CNN방송은 이번 정상회담 때 영변 핵시설에 대한 '공동의 정의'를 놓고 양측이 실랑이를 벌였으며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호텔을 떠날 채비를 하는 가운데 최 부상이 "그곳(영변)에 있는 모든 것을 포함한다"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메시지를 들고 황급히 미 대표단에 전달했다는 뒷얘기를 보도한 바 있다.
hanksong@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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