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건축 혁신안' 발표…민간계획前 서울시 가이드라인 先제시 골자
아파트 블록 단위 쪼개 개방성 강화·현상설계 공모비 시가 지원
"가우디 건물 보고 자란 바르셀로나처럼…100년 도시경관 재창출"
(서울=연합뉴스) 방현덕 기자 = 서울시가 '아파트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벗기 위해 재개발·재건축 등 민간 정비사업 전 과정에 과감하게 개입하는 방안을 내놨다.
진희선 서울시 행정2부시장은 12일 민간이 재건축·재개발 밑그림을 그리기 전 시가 먼저 층수·디자인 등 핵심 사안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내용 등을 담은 '도시·건축 혁신(안)'을 발표했다.
내달 4개 아파트 단지에 시범실시를 시작하는 혁신안은 민간의 정비계획안 수립 이전에 '사전 공공기획' 단계를 신설해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가 아파트 단지별로 '종합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것이 가장 큰 골자다.
'아파트 공화국 탈피' 서울시, 재개발·재건축 선제 개입 / 연합뉴스 (Yonhapnews)
현재 재건축·재개발 정비계획안은 민간이 주도적으로 만든 뒤 구청을 거쳐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의 심의를 받는 식인데, 순서를 바꿔 서울시가 사업 시작부터 깊숙이 관여하겠다는 것이다.
진 부시장은 "현 아파트 디자인은 수익성이 우선돼 단조롭고 획일적인 '성냥갑'으로 지어질 수밖에 없다"며 "아파트 정비사업은 '공공복리 증진을 위한 도시계획'인 만큼 사업 전반에 공공적 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서울시가 민간에 제시하는 가이드라인은 용적률이나 높이뿐 아니라 해당 지역의 역사·문화 자원, 경관·지형, 세대원 구성, 기후 변화 등까지 전방위로 반영한 내용이 될 예정이다.
서울시는 "구릉지 일대 단지는 옹벽·담장을 짓는 대신 건축물 높이에 차이를 두고, 역세권 등 교통 중심지 단지는 상업·업무·주거가 결합하도록 할 수 있다"며 "생활가로변과 맞닿은 아파트는 저층부에 개방형 커뮤니티 시설 등을 배치해 누구나 이용이 가능하게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시는 사전 공공기획 단계를 거칠 경우 현재처럼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에서 여러 차례 '퇴짜'를 맞는 사례가 줄어들고, 정비계획 수립에서 위원회 심의 통과까지 기존 평균 20개월에서 10개월로 단축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미 중국 상하이, 미국 뉴욕·보스턴 등 주요 도시에서는 민간 프로젝트가 시작하기 전 공공이 경제·환경 측면 검토해 개발 방향을 제시한다고 시는 덧붙였다.
이와 함께 서울시는 도시 속 '섬'처럼 폐쇄적인 아파트 단지를 주변과 연결하기 위해 '서울시 아파트 조성기준'을 새롭게 마련한다.
아파트라는 거대 블록을 여러 개로 쪼개 보행로를 내고, 보행로 저층부에 커뮤니티 공간을 설치해 담장을 실질적으로 허무는 구상이다.
진 부시장은 "잠실 1·2단지를 재건축한 곳을 보면 주민 외에는 접근하기 어려운, 단절된 성처럼 돼 있다"며 "앞으로는 단지 밖 시민들도 이용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시는 창의적 아파트 디자인을 유도하기 위해 현상설계 공모전을 하도록 하고 1억∼5억원가량의 공모비도 전액 지원한다. '특별건축구역'을 지정해 연면적 20% 이상의 특화디자인 설계도 뒷받침한다. 정비사업 전 과정을 지원하는 '도시건축혁신단'도 하반기 50명 내외로 신설해 내년 공적 기구로 확대한다.
시는 2030년까지 시내 아파트 56%가 정비 시기를 맞는 점 등을 고려하면 아파트 난개발로 가로막힌 서울의 도시경관을 혁신할 수 있는 '골든타임'이 바로 지금이라고 판단한다.
진 부시장은 "가우디의 독창적인 건축물을 보며 자란 바르셀로나 아이들과 성냥갑과 같은 획일적 건물만 보고 자란 우리 아이들은 상상력, 창의력에 많은 차이를 보일 수밖에 없다"며 "빈틈없는 도시계획으로 미래 100년 서울 도시경관을 새롭게 창출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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