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증인신문 어려울 듯…MB 측 "다음 기일 출석 의사 전해"
원세훈·김주성 등 전 국정원 간부에 소환장 송달…심리 속도 붙을 듯
(서울=연합뉴스) 고동욱 기자 = 이명박 전 대통령의 항소심에서 증인으로 채택됐으나 행방이 묘연하던 이팔성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뒤늦게 불출석 의사를 밝혔다.
12일 법원에 따르면 이 전 회장은 전날 이 전 대통령의 항소심 재판부인 서울고법 형사1부(정준영 부장판사)에 증인 불출석 신고서를 제출했다.
이 전 회장은 이명박 전 대통령이 1심에서 뇌물 혐의를 유죄로 인정받는 데 핵심 증거가 된 이른바 '이팔성 비망록'의 작성자다.
이 전 대통령의 1심 재판부는 이 비망록의 신빙성이 매우 높다고 판단하고 이 전 대통령이 받은 뇌물 혐의 중 19억원과 1천230만원 상당의 의류 부분을 유죄로 인정했다.
1심에서 검찰의 증거를 모두 동의한 이 전 대통령은 항소심에서 전략을 바꿔 증인을 적극적으로 부르기로 했다. 이 전 회장은 꼭 신문이 필요한 핵심 증인 중 하나로 꼽혔다.
이에 2심 재판부가 이 전 회장을 증인으로 채택했으나, 법정으로 불러 증언대에 세우지 못했다.
증인 소환장이 '폐문부재(문이 잠겨있고 사람이 없음)'로 송달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에 새로 구성된 2심 재판부는 지난 6일 이 전 대통령의 보석을 조건부로 승인하면서 "몇몇 증인은 자신들이 소환된 사실을 알면서도 이를 회피하는 것으로 보이는 정황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 전 회장 등 주요 증인들의 이름과 신문 기일을 공지하고, 그럼에도 출석하지 않는 증인들은 정당한 사유 없이 응하지 않는 것으로 보고 직권으로 구인 영장을 발부하겠다고 밝혔다.
형사소송법 제152조는 "정당한 사유 없이 소환에 응하지 아니하는 증인은 구인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실제로 자신의 이름과 신문 기일이 홈페이지에 공지되자, 이 전 회장은 신문 예정일인 13일을 이틀 앞두고 불출석 신고서를 냈다.
이 전 회장이 불출석 의사를 밝힘에 따라 13일 예정된 증인 신문은 지금까지의 공판과 비슷하게 공전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향후 기일에는 출석할 뜻을 밝혀, 그간 속도를 내지 못하던 항소심은 새 국면으로 접어들 것으로 관측된다.
이명박 전 대통령 측 강훈 변호사는 "이팔성 전 회장은 고혈압과 심장 부정맥 등 건강 문제를 이유로 불출석 신고서를 냈다"며 "건강 회복 후 다음 기일에는 출석하겠다는 의사도 기재했다"고 전했다.
강 변호사는 "15일 공판 기일에 증인으로 채택된 원세훈 전 국정원장과 김주성 전 국정원 기조실장에게도 소환장이 송달됐다"며 "출석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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