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채폭탄·유로존 불경기·미국과 통상갈등 '삼각파도'
불황 속 인플레이션까지…"올해 GDP는 2.5% 감소할 수도"
(서울=연합뉴스) 장재은 기자 = 신흥시장을 주도하는 유력 중진국인 터키가 불황의 늪으로 빠져들었다.
AFP통신 등에 따르면 터키 통계청이 11일(현지시간) 발표한 터키의 2018년 4분기 국내총생산(GDP)은 계절 요인을 조정할 때 작년 3분기보다 2.4% 감소했다.
터키는 같은 해 3분기 GDP도 같은 방식으로 따질 때 전 분기보다 1.6%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이로써 터키는 통상 2분기 연속으로 GDP가 감소하는 경우를 칭하는 경기후퇴(리세션)에 진입한 것으로 진단됐다.
터키가 경기후퇴를 겪은 것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이다.
불황이 닥친 원인으로는 금융시장 불안, 유럽의 경제성장 둔화, 미국과의 통상갈등이 지목된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이 이끄는 터키는 최근 수년간 외국에서 빌린 자금을 성장의 밑거름으로 사용해왔다.
그러나 터키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작년에 4차례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하면서 위기에 직면했다.
달러 강세에 해외자본이 터키를 탈출하고 그 과정에서 터키 리라화 가치가 추락해 외화표시 채권의 상환 부담이 커졌다.
기업들로서는 사업확장은 커녕 이자를 내거나 부채를 돌려막을 자금을 빌리는 데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작년 말 현재 터키의 민간 기업들이 안고 있는 외화표시 부채는 2천500억 달러(약 282조3천250억원)를 넘어 터키 GDP의 3분의 1 수준에 달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작년에 터키 철강에 50% 관세를 부과해 금융시장 혼란에 기름을 끼얹었다.
현재 트럼프 행정부는 소수민족 쿠르드를 향한 위협, 러시아 미사일 방어체계 도입 등 터키의 정책을 문제로 삼아 징벌적 통상조치를 경고하고 있다.
최근 미국은 미국 시장에 접근할 혜택을 줄 필요가 없다며 일반특혜관세제도(GSP) 수혜국에서 터키를 제외했다.
설상가상으로 터키가 크게 의존하고 있는 시장인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은 경기가 급격히 둔화하고 있다.
이탈리아는 이미 경기후퇴기에 진입했고 독일도 그에 가까운 경제성장률을 노출하고 있다.
터키의 2018년 GDP는 전년보다 2.6%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으나 성장률 자체는 재작년 7.4%보다 크게 둔화했다.
이달 말 터키에서는 중요한 지방선거가 열리는 만큼 경기후퇴 진단은 에르도안 정권에 타격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2003년부터 총리, 대통령으로서 터키를 이끌며 이룬 경제성장을 치적으로 내세우곤 했다.
그러나 터키는 물가상승률이 20%에 육박하고, 특히 식료품 가격이 급등해 민생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에르도안 대통령의 사위인 베라트 알바이라크 터키 재무장관은 이날 트위터를 통해 역성장을 예견했다며 최악은 넘겼다고 말했다.
알바이라크 장관은 이번 경기후퇴의 원인이 투기자본의 공격과 현재 진행되고 있는 글로벌 경기둔화 탓이라고 지적했다.
중립적인 거시경제연구소인 캐피털 이코노믹스는 "터키가 최악의 하강기를 넘겼을지는 몰라도 넘겨받은 성장세가 미약하다는 점을 보면 올해 GDP도 2.5% 감소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jangj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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