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사교육비 부담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교육부와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초·중·고교생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가 29만1천원으로, 전년보다 7.0% 많아졌다. 6년 연속 증가한 것으로, 증가율은 2007년 조사 시작 이후 최고치이다. 사교육 참여율도 72.8%로 전년보다 1.7%포인트 상승했다. 이렇게 사교육비가 늘어난 것은 대학입시제도에 대한 불안감 때문이다. 특히 지난해 2022학년도 대입제도 개편 방안 공론화 과정을 거치면서 대입제도의 불확실성이 높아진 것이 사교육비 증가에 한몫한 것으로 분석된다. 눈에 띄는 것은 소득 구간별로 최하위인 '200만원 미만' 가계의 사교육 참여율이 47.3%로, 전년 대비 3.3%포인트 늘어나 증가 폭이 가장 컸다는 점이다. 저소득층은 지난해 사상 최악 수준의 저소득에 시달렸다. 그런데도 사교육비를 많이 지출한 것은 여러 군데 일을 하면서 근로시간이 늘어남에 따라 아이를 학원에 맡기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문제는 고소득 가구와 저소득 가구의 사교육비 지출 차이가 5.1배나 된다는 것이다. 소득 구간별로 최상위인 월평균 소득 '800만원 이상' 가구의 월평균 사교육비는 50만5천원, 최하위인 '200만원 미만' 가구의 사교육비는 9만9천원이었다. 부모의 소득에 따라 자녀의 기회는 절대 균등하지 않다. 양과 질에 있어서 이러한 사교육의 격차는 입시에 영향을 주고, 취업으로까지 연결되면서 우리나라가 갈수록 개천에서 용이 나기 어려운 사회가 되고 있다.
사교육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공교육을 강화해야 한다. 그러나 현실은 여의치 않다. 교육 당국이 사교육비 경감 대책으로 시행하고 있는 '방과 후 학교'의 참여율은 51.0%로 전년 대비 3.7%포인트 줄면서 5년 연속 감소했다. '방과 후 학교'가 저렴하다는 장점은 있으나 전반적으로 교육의 질이 떨어져 사교육으로 빠져나가는 학생을 잡을 수가 없다. 국가가 공교육 내실화에 주력할 필요가 있다. 취약계층 학생들의 방과 후 자기학습 환경을 개선하거나 사교육을 대체할 수 있는 교육콘텐츠를 개발해야 한다.
결국은 대학입시가 문제인데, 사교육 수요를 줄이는 방향으로 대입 정책이 운용돼야 한다. 불안한 수험생과 학부모들은 사교육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대입제도가 복잡하지 않아야 사교육 의존도가 낮아진다. 대학수학능력시험과 학교 내신 등 각종 평가를 쉽게 하고, 대입 전형의 종류와 평가요소를 단순화해야 한다. 비교과 활동을 대폭 줄이고, 공정성 확보를 위해 '공공입학사정관제'를 도입하는 등 과감한 정책이 필요하다. 고액 입시컨설팅을 없애기 위해 학생부종합전형의 신뢰를 높이는 방안이 필요하다. 학원의 지나친 선행교육은 법으로 규제해야 한다. 또한 지역균형선발과 기회균형선발 등을 정착시켜 교육을 통한 계층이동이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
최근 사회적 위기를 조성하고 있는 극심한 저출산 현상에 가계를 위협하는 육아와 사교육비 부담도 큰 몫을 한다고 봐야 한다. 사교육 문제만 해결돼도 전반적인 삶의 질이 개선되고, 궁극적으로 저출산 문제도 나아질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관 주도에서 벗어나 다양한 경륜을 가진 전문가들로 구성된 국가교육위원회를 설치해 최소 10년 이상 내다보는 미래지향적 교육 종합계획을 올해 수립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여기에는 공교육 정상화가 먼저 포함돼야 한다. 물론 가장 중요한 것은 학력 중시의 사회적 인식을 바꿔야 한다는 점이다. 이는 장기적으로 우리 사회가 해결해야 할 문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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