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안타까웠던 장애 모자 사고, 그 현장…여전히 위태위태

입력 2019-03-13 07:05   수정 2019-03-13 09:16

[르포] 안타까웠던 장애 모자 사고, 그 현장…여전히 위태위태
당시 보행로 여건 나빠 전동보장구 타고 도로 위 달리다 참변
당국 대책 마련 나섰지만 아직 '사망사고 발생' 플래카드 달랑 한장



(부산=연합뉴스) 김재홍 기자 = "플래카드 한장 건다고 뭐가 달라지나요? 이 동네에서 사고 난 거 모르는 사람 없어요."
보름 전 자정께 부산 영도구 한 사회복지관 인근 도로에서 장애인 모자가 타고 가던 전동휠체어와 택시 간 충돌사고로 엄마(67)가 숨지고 아들(44)이 크게 다쳤다.
일 마치고 밤늦게 귀가하던 장애 어머니, 그 어머니를 마중 나갔던 장애 아들이 함께 전통휠체어를 타고 집으로 가다 참변을 당했다.
전동휠체어 타고 가던 장애아들과 엄마, 안타까운 교통사고 / 연합뉴스 (Yonhapnews)
사고 이후 경찰과 관할 구청은 현장 점검과 대책 마련에 나섰지만, 아직 크게 달라진 게 없다.
도로 위에는 사고 방향 등을 표시한 흰색 래커칠이, 그 옆 펜스에는 '교통 사망사고 발생 장소'라고 쓴 플래카드가 걸린 게 전부였다.
사고 지점 주변은 부산 영도구에서 전동휠체어나 전동스쿠터 등 전동보장구를 타는 사람들 왕래가 잦은 곳이다.
고지대인데다 영도어울림문화공원을 중심으로 급식, 재활, 각종 공연 등 장애인이나 노인을 위한 프로그램이 많은 장애인복지관, 사회복지관, 체육센터 등이 몰려있기 때문이다.

12일 오전 인근 공원에서 만난 전동휠체어 사용자 배모(50)씨는 "이 동네에서 전동휠체어나 전동스쿠터 타는 사람 중에 보도블록 위로 다니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날 오전 9시 30분부터 1시간가량 사고 지점 인근 150m 구간에서 목격한 전동휠체어와 전동스쿠터 탑승자는 10명이었는데 이 중 9명이 보행로가 아닌 도로 위를 달렸다.
시내버스와 택시 등 여러 대 차량이 전동보장구 탑승자들과 도로 위에서 아슬아슬하게 붙어서 다니는 장면은 일상처럼 보였고, 상당수 차량은 아예 중앙선을 침범해 달리기도 했다.
동네 주민 중에 장애가 있거나 거동이 불편해 전동보장구를 사용하는 사람들은 왜 이렇게 위험한 도로 위로 다닐 수밖에 없는 걸까.
주민들은 보행로 등 이동 여건에 문제가 있다고 입을 모았다.

보행로에 깔린 보도블록은 설치한 지 오래된 탓인지 곳곳이 내려앉거나 솟아올라 평탄하지 않았다. 움푹 팬 곳도 있었다.
폭도 좁아 이동하는 과정에서 가로수나 벽 등에 걸려 넘어질 가능성이 높은 곳도 많았다.
50∼100m 간격으로 횡단보도가 놓여있었으나 보행로에서 도로로 내려가는 턱이 높아 전동휠체어나 전동스쿠터로 이동할 수가 없었다.
보행로 상태가 이렇다 보니 야쿠르트 아줌마도 도로 위로 전동카트를 몰고 다닌다.
전동스쿠터를 타는 주민 허모(79)씨는 "지난해 겨울에 길을 걷다가 튀어나온 보도블록에 발이 걸려 넘어지면서 병원 신세를 졌다"며 "걸핏하면 멀쩡한 보도블록을 교체하더니 정작 그런 공사가 가장 시급한 곳에는 감감무소식"이라며 조속한 시설 개선을 당부했다.
경찰은 사고 도로 일대 차량 속도를 줄이기 위해 횡단보도 2곳을 과속방지턱 기능을 겸한 고원식 횡단보도로 교체하기로 했다.
사고 당시 가로등이 있었지만 일대가 밝지 않았다고 판단해 횡단보도 등에는 투광기를 설치하고, 가로수 전지 작업과 좌회전 유도선도 그릴 예정이다.
문제는 예산이다.
관할 구청 관계자는 "관련 수요를 파악해 시에 예산 배정을 요청했다"며 "예산이 확보되면 정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pitbull@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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