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내려와 이의제기하면 수사 협조" 설득…농성자 "주민과 경찰 등에 미안"
(김해=연합뉴스) 정학구 기자 = 선친의 땅을 마을 사람에게 사기로 빼앗겼다고 주장하는 50대가 김해 봉하마을에서 고공농성을 한 지 47일 만에 땅을 밟았다.
부산에 사는 권모(59) 씨는 12일 오후 또 다른 크레인을 타고 공중에서 만난 김해서부경찰서 신용화 정보과장과 김태현 정보주임 등의 최종 설득을 받고 자신의 크레인에서 내려왔다.
두 사람이 권 씨와 고공농성 중단 막판 협상을 하는 동안 현장에는 하재철 김해서부경찰서장과 소방서 관계자 등이 안타깝게 지켜보고 있었다.
땅을 밟은 권 씨는 "여러모로 마을 이장과 주민들에게 미안하다. 노무현 대통령님 묘역 앞에서 (농성을 해) 권양숙 여사님께도 미안하다"고 운을 뗐다. 자신 때문에 고생한 119대원과 경찰 관계자들에게도 송구한 마음을 전했다.
이어서 그는 "이런 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기 바란다. 자꾸 이런 식으로 하면 더 큰 사고가 터질 것 같다"며 "진실이 아니면 양심적으로라도 (수사를) 해주면 된다. 돈도 안 바란다. 사실대로만 해주면 된다"고 주장했다.
권 씨는 소방구급차를 타고 건강 상태를 점검하기 위해 병원으로 향했다.
협상을 맡았던 신용화 과장은 "권 씨에게 '창녕경찰서에서 받은 조사 중 미흡하거나 불편한 일이 있으면 탄원이나 고발을 해서 진행해야 한다. 이의를 제기하면 수사에 협조할 순 있지만 수사의 끝은 어디까지나 검찰이나 법원에 있다'는 점을 설득시켰다"고 말했다.
신 과장은 또 "그 외에 '민·형사 부분 해결에도 도와주겠지만 크레인 위에 있어봤자 아무런 해결이 안 된다. 호랑이를 잡으려면 호랑이굴에 들어가야 한다'고 재차 말을 했다"며 몸도 안 좋으니 건강검진을 받고 몸을 추스른 다음, 법적 문제를 제기하면 도와줄 수 있는 부분은 도와주겠다고 설득해 어렵게 수긍을 시켰다.
이날 권 씨를 고공에서 만난 신 과장과 김 주임은 권 씨와 고향 창녕 고교 동문 선·후배 사이여서 평소에도 인간적이고 감성적 접근을 하며 설득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정초부터 전직 대통령 묘역 앞 공터에서 크레인 위 고공농성이 시작되자 이튿날 김창룡 경남지방경찰청장과 김성철 수사과장이 현장을 다녀가고 서울에서 경찰청 위기협상팀이 이틀이나 머무르며 권 씨를 설득했지만 실패했다.
농성 현장에는 문현철 정보관 등 경찰과 119구조대원 등 5∼6명이 매일 상주하며 만약의 사태에 대비했다.
권 씨는 "고향에서 선친이 경작하던 땅 가운데 7천100㎡를 이웃 주민이 소송 사기와 위증으로 가로챘다"며 "너무 억울해 땅을 빼앗으려고 소송을 제기한 주민과 동조한 이웃 등 33명을 고소했지만, 경찰에서 혐의없음 처리됐고 검찰 항고와 법원 재정신청마저 모두 기각됐다"고 주장했다.
창녕경찰서 측은 "주민 33명 가운데 조사가 가능한 27명을 대상으로 조사를 해봤지만, 고소인 주장을 입증할만한 내용을 찾을 수 없었다"며 소송에 진 것이 우선인데 이후 고소 사건 수사 불만이 부각되는데 불편함을 드러낸 바 있다.
권 씨는 지난해 경남도청 앞과 부산 방송사 앞, 서울 등에서 5차례 크레인 고공농성을 벌인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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