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배영경 기자 = 삼성전자[005930] 평택 반도체 공장의 송전탑 갈등이 12일 해소되면서 회사 내부에는 향후 반도체 적기투자의 기반이 마련됐다며 안도하는 분위기가 읽힌다.
결과적으로는 약 480억원의 추가 비용을 떠안게 됐지만, 어쨌든 반도체 시황에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경영 환경이 조성된 데 한숨을 돌리는 상황이다.
이날 안성시 원곡면주민대책위원회와 한국전력공사, 삼성전자는 국회에서 서안성-고덕 송전선로 건설 상생협력 협약(MOU)을 체결했다.
한전과 삼성전자가 평택 고덕 삼성산단 등에 전력을 공급하기 위해 안성 원곡면 일원에 송전탑을 세우려는 데 안성시 원곡면 주민들이 반발하며 촉발된 해묵은 갈등이 5년 만에 해소된 것이다.
앞서 삼성전자는 향후 지어질 3·4공장을 가동하려면 현재 1·2공장을 돌리는 데 활용되는 서평택 고압선만으로는 전력부족이 생길 것으로 판단, 서안성-고덕 송전선로 건설을 추진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 송전선로가 평택시 상수원인 평택호 상류인 안성시 원곡면을 지나게 되자 주민들은 건강권을 주장하며 반대했다.
1차 합의에서 주거지역을 지나는 구간에 대해 철탑 대신 송전선로를 땅에 묻는 지중화가 결정됐고, 이번에 주거지역 외에 산악지대 1.5km 구간까지도 지중화하기로 합의됐다.
이번 MOU 체결로 삼성전자는 총연장 23.86km에 달하는 서안성-고덕 송전선로 건설사업의 사업비(3천490억원)를 전액 부담하고, 여기에 송전선로 지중화 건설에 드는 비용(482억원)까지 추가로 부담하기로 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통화에서 "주민과의 충돌 없이 안정적으로 전력을 공급받아 반도체 공장을 잘 운영하는 것이 우리로선 가장 중요하다"고 밝혔다.
실제로 이번 MOU로 송전선로가 완공되면 고덕산단 전력공급량은 600㎿(메가와트)에서 2천㎿로 확대된다.
현재 운영 중인 1공장과 공사 중인 2공장, 나아가 향후 건립될 것으로 예상되는 3·4공장까지도 전력 공급망을 확보한 셈이다.
이 같은 제반 인프라 확충은 시황에 대한 탄력 대응의 핵심 여건으로 꼽힌다.
올해 들어 낸드플래시와 D램 등 메모리 반도체가 가격이 가파르게 내려가며 반도체 시황이 전반적으로 악화했으나, 투자업계에서는 '상저하고(上低下高)' 흐름에 따라 하반기에는 시황이 회복될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 시황이 언제 어떻게 변할지 모르지만 향후 투자를 서둘러야 할 때가 있을 것"이라며 "오늘 MOU 체결로 송전탑 문제가 미리미리 정리돼 삼성으로선 적기투자를 결정할 수 있는 여건이 만들어진 셈"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MOU에는 '특별지원사업 등의 세부협약은 "갑"(안성시 원곡면대책위원회)과 "을"(한전)이 별도 협의해 체결 및 공증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이에 따라 향후 안성시와 한전이 결정할 특별지원사업의 성격에 따라 삼성전자가 추가로 부담할 비용이 발생할지 여부는 변수로 남는다.
ykb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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