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혼용…'北美이견' 국면서 '중재자' 어울려보이나 정부 "촉진자가 정확"
'중재자'는 北美 모두에게서 환영받지 못할 가능성 고려한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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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이정진 기자 = 북미 간 비핵화-체제보장을 둘러싼 협상에서 한국의 역할에 대해 정부에서 '중재자'가 아닌 '촉진자'로 규정해 배경이 주목된다.
외교부 당국자는 12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앞으로 한국이 어떻게 북미 간에 중재 역할을 할 것이냐'는 질문에 "저희는 중재가 아니다"라며 "(중재보다는) 촉진 노력을 한다는 것이 보다 정확한 표현인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북한과 미국이 대화 의지를 밝히고 있는 상황에서 실무협상 재개를 촉진하는 나름대로의 노력을 해나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지난해부터 시작된 북미 간 협상국면에서 한국의 역할을 놓고 그간 언론 등에서는 상황에 따라 '중재자'와 '촉진자'라는 용어를 혼용해 사용해 왔다.
북미 간 입장이 대립하는 상황에선 주로 '중재자'의 역할이, '접점'이 가시권에 들어온 것으로 판단되는 상황에선 협상을 가속화하기 위한 '촉진자'의 역할이 부각됐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북미가 2차 정상회담에서 '단계적 비핵화'와 '일괄타결'을 놓고 이견이 있는 현 상황에선 양측의 입장을 조율해 '중재안'을 내놓는 게 한국의 역할에 더 어울리는 것으로 보여지는 측면이 있다.
실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북미 정상회담이 결렬된 직후인 지난달 28일 문재인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문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대화해서 그 결과를 알려주는 등 적극적인 중재 역할을 해달라"라고 당부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도 지난 4일 문 대통령 주재로 열린 청와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체회의에서 "북미 간 실질적 중재안을 마련하고 북미 간 대화 재개를 위해 다양한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보고하기도 했다.
그런데도 정부가 한국의 역할이 '중재자'보다는 '촉진자'로 규정되기를 원하는 것은 '중재'라는 표현이 북미 양측에서 모두 환영받지 못할 수 있음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외교가 일각에서는 한국이 동맹국인 미국과 북한 사이에서, 중립적인 태도가 요구되는 '중재' 역할을 하는 것은 어울리지 않는다는 지적이 있었다.
미국 입장에선 동맹국인 한국이 '중재자'임을 자처하는 것 자체가 북한의 입장을 더 고려하겠다는 속내가 아니냐며 서운함을 느낄 수 있다는 의미다.
반대로 북한 입장에서는 한국이 '중재자'라고 하는 것은 '우리 민족끼리' 정신에 따라 행동하는 게 아니라 '외세'인 미국의 입장을 더 고려하겠다는 것 아니냐는 생각을 할 수 있다는 지적도 가능하다.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별보좌관이 이날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북한이 미국과 한국을 '한 편'으로 보는 상황에서 문 대통령에게 '중재자'라고 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며 '촉진자'라는 표현이 더 적절하다고 말한 것도 비슷한 맥락으로 해석된다.
결국 예기치 않게 오해를 살 수 있는 '중재자' 타이틀이 부담스러운, 미묘한 협상 국면에 이르렀다는 것이 우리 정부의 인식인 것으로 보인다. 그에 따라 '촉진자'로 한국 역할을 규정하는게 바람직하다고 정부는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transi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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