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대선서 로하니 대통령에 '대패'
차기 최고지도자 유력 후보로 급부상
(테헤란=연합뉴스) 강훈상 특파원 = 이란의 대표적인 강경 보수성향의 성직자 호자톨레슬람 에브라힘 라이시(59)가 권력 핵심부로 빠르게 진출하고 있다.
라이시는 지난주 이란 삼부 요인의 하나인 사법부 수장으로 임명된 데 이어 12일 국가지도자운영회의 부의장에 뽑혔다.
국가지도자운영회의는 최고지도자의 사망 또는 유고 시 후임을 결정하는 권한이 있는 고위 성직자 88명으로 구성된 헌법기관이다. 라이시는 이날 투표에서 직전 사법부 수장이자 국정조정위원회 위원장인 이란 정계의 '거물' 아야톨라 사데그 아몰리 라리자니를 큰 표차로 눌렀다.
그가 전권을 쥐게 된 이란의 사법부는 법원뿐 아니라 검찰을 통제하는 권력 기관이다.
이런 자리를 잇달아 차지하자 이란 현지에서는 라이시가 차기 최고지도자로 급부상하는 분위기다.
그는 11일 사법부 수장 취임식에서 "위법 행위에는 관용을 베풀지 않겠다"면서 이슬람법에 의한 엄격한 사법권 행사를 선언했다.
라이시는 2017년 대통령 선거에서 보수 세력의 사실상 단일 후보로 출마했다가 38%를 득표하는 데 그쳐 과반을 차지한 하산 로하니 대통령에게 패했다.
당시만 해도 이란 핵합의(JCPOA·포괄적공동행동계획) 이행에 대한 이란 국민의 지지와 기대가 높아 로하니 대통령이 압승을 거둘 수 있었다.
라이시로서는 비록 대선에서 실패했지만 이를 계기로 라이시는 전국적인 인지도를 쌓을 수 있었다.
라이시는 대선 패배 이후 약 2년간 눈에 띄는 대외 활동을 하지 않다가 비로소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의 신임을 등에 업고 권력 핵심부로 향하는 '특급열차'를 탄 셈이다.
그는 이란 북서부 종교도시이자 이슬람 시아파의 성지 마슈하드의 부유한 종교 가문 출신이다. 20대였던 1981년 검찰청 검사로 공직에 입문, 테헤란 지방검찰청 차장 검사, 이란 검찰총장, 사법부 수석 차장 등 요직을 두루 거쳤다.
이란의 대표적인 종교재단이자 마슈하드 시아파 성지 이맘레자 사원을 관리하는 재단 '아스탄 구드스 라자비'의 수호자(회장 격)를 겸직한다.
이란에서 종교 재단은 자선과 성지 관리와 같은 비정치적 활동에 그치지 않고 기업을 직·간접으로 소유하고 정치권에도 영향력이 크다.
라이시는 공공장소에서 남녀의 공간을 분리하고 인터넷을 통제해야 한다고 주장할 정도로 종교적으로 보수적이다. 서방의 문화 유입을 이슬람에 반하는 침투라고 규정하면서 이를 강하게 반대한다.
이러한 사상, 종교적 배경 때문에 향후 라이시가 이란 권력 핵심부에서 영향력이 커질수록 이란 사회가 더 보수적인 방향으로 흐를 가능성이 크다.
또 중도·개혁층이 지지하는 현 정부가 추진한 핵합의가 경제난 해결에 제역할을 하지 못하면서 지지도가 떨어지는 상황이어서 라이시와 같은 보수 세력의 입지가 커지는 것도 그에게는 우호적인 환경이다.
hskang@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