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스크바=연합뉴스) 유철종 특파원 = 일본이 러시아와의 영토 분쟁 대상인 남쿠릴열도 4개 섬(일본명 북방영토) 반환 협상에 공을 들이고 있는 가운데 크렘린궁이 러-일 간 협상 의제는 쿠릴 섬 반환이 아니라 평화조약 체결임을 강조하고 나섰다.
타스 통신에 따르면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12일(현지시간) 기자들에게 '러시아가 일본과의 협상에서 쿠릴 반환 가능성을 배제했다'는 한 현지 언론 보도에 대해 논평하며 "(일본과의) 협상은 (쿠릴) 섬들을 돌려주거나 주지 않거나 하는 것이 아니다. 일본 측과 평화조약 체결 문제에 대해 아주 면밀한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페스코프는 그러면서 "남쿠릴열도 일본 반환 가능성에 대한 문제와 관련해선 아직 어떠한 분위기나 입장 등이 정해진 게 없다"고 덧붙였다.
그는 "여론 조사 결과 대다수 러시아인은 남쿠릴열도의 일본 반환에 반대하고 있다"면서 러시아 정부는 이 같은 국민의 견해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페스코프는 이어 "그러한 협상(영토 반환 협상)은 수년이 걸릴 수 있고 본질상 아주 복잡하다. 협상 지속을 위해 중간 단계에서 어떤 상세한 정보가 공개되지는 않을 것"이라면서 남쿠릴열도 반환 협상과 관련한 언론 보도가 정확하지 않을 수 있음을 시사했다.
페스코프 대변인의 이날 발언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상대로 한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끈질긴 쿠릴 섬 반환 협상 노력에도 불구하고 러시아는 아직 섬 반환 의사를 갖고 있지 않음을 분명히 한 것으로 해석된다.
제2차 세계대전에서 적국으로 맞서 싸운 러시아와 일본은 남쿠릴열도를 둘러싼 영토 분쟁으로 인해 아직 평화조약도 체결하지 못하고 있다.
일본은 평화조약 체결에 앞서 러시아가 실효 지배 중인 홋카이도(北海道) 서북쪽의 이투룹, 쿠나시르, 시코탄, 하보마이 등 4개 섬을 돌려받길 원하고 있다.
일본은 1855년 제정 러시아와 체결한 통상 및 국경에 관한 양자조약을 근거로 쿠릴 4개 섬 영유권을 주장하고 있다.
반면, 러시아는 열도가 제2차 세계대전 종전 후 전승국과 패전국간 배상 문제를 규정한 국제법적 합의(1951년 샌프란시스코 강화조약 등)에 따라 합법적으로 러시아에 귀속됐다고 맞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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