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등 동맹국과 이 문제 논의할 것"
(베를린=연합뉴스) 이광빈 특파원 =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12일(현지시간) 5세대(5G) 통신망 구축 사업시 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를 배제해야 한다는 미국 측의 요구에 대해 "우리 스스로 기준을 정할 것"이라는 입장을 나타냈다.
메르켈 총리는 이날 베를린에서 샤를 미셀 벨기에 총리와 공동 기자회견을 하고 "5G의 보안 문제는 정부의 중요한 관심사"라며 이같이 밝혔다.
다만, 메르켈 총리는 "우리는 물론 미국의 관계 당국뿐만 아니라 유럽의 동맹국들과 이 문제를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리처드 그리넬 주독일 미국대사가 독일 경제부 장관에게 "화웨이나 다른 중국의 통신장비업체를 독일의 5G 프로젝트에 참여시키는 것은 미국이 독일과 기존과 같은 수준의 협력을 유지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는 내용의 서한을 보냈다.
그리넬 대사는 또 서한에서 안전한 통신장비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내부를 포함해 국방 및 정보협력을 하는데 필수적이라면서 화웨이와 중국의 또 다른 통신장비업체인 ZTE(중싱<中興>통신) 같은 기업이 이런 협력의 기밀성을 훼손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화웨이를 배제하지 않을 경우 양국 간 정보협력이 제한될 것이라고 압박한 것이다.
미국은 화웨이 장비가 중국 당국을 위한 스파이 행위에 이용될 수 있다고 우려해왔으나 중국은 이를 부인하고 있다.
독일은 화웨이 장비를 배제하라는 미국의 계속된 압박 속에서 최대 수출시장인 중국을 의식한 탓인지 5G 장비에 대한 보안 규정을 강화하고 화웨이뿐만 아니라 모든 업체에 적용하도록 했다.
독일 정치권에서는 그리넬 대사의 발언에 대해 비판이 제기됐다.
메르켈 총리가 속한 기독민주당의 미카엘 그로쎄-브뢰머 의원은 독일이 보안 문제를 스스로 다룰 능력이 있다면서 "미국 대사의 조언도 필요 없다"고 지적했다.
또한, 독일과 미국 간 관계가 어려움에 빠질 경우 메르켈 총리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대화를 나눌 것이라고 강조했다.
lkb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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