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봉 前 법무장관 "법치와 기본권 위협…독일·영국처럼 집회관리 현대화해야"
(파리=연합뉴스) 김용래 특파원 = 프랑스 정부가 '노란 조끼' 연속시위에 대처하는 과정에서 시민적 권리와 자유가 심각하게 훼손됐다고 프랑스의 인권옴부즈맨이 비판했다.
프랑스 정부에 인권 관련 전반을 조언하는 인권옴부즈맨인 자크 투봉 전 법무장관은 12일(현지시간) 보고서를 내고 "마치 오염된 약물처럼, 지난 2년간 시행된 '국가비상사태'가 우리의 일반법을 서서히 오염시켰다. 법치와, 그 법치가 기반을 둔 권리와 자유들 역시 훼손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국가비상사태가) 의심에 기반한 새로운 질서의 토대를 놓았다"면서 "기본권과 자유는 위축됐다"고 지적했다.
프랑스는 2015년 11월 파리 연쇄 테러 이후 경찰의 권한을 대폭 강화한 '국가비상사태'를 발령했다가 이를 2년 뒤인 2017년 11월 종료했다. 대신 경찰의 압수수색과 감청 권한, 위험인물에 대한 사전 예방조치 권한을 대폭 강화한 대테러법을 시행 중이다.
테러를 예방하고 위험인물들을 솎아내는 과정에서 집회·시위에 관한 권리와 의견을 자유롭게 표현할 자유도 함께 훼손됐다는 것이 인권옴부즈맨의 판단이다.
보고서는 특히 '노란 조끼' 연속시위 대처 과정에서 경찰이 전례가 없이 많은 수의 사람들을 예방적 차원에서 사전에 구금했다고 지적하고 "(정부의) 탄압이 심화했다"고 비판했다.
특히 '노란 조끼' 연속집회의 규모와 강도가 커지자 경찰이 시위대 해산을 위해 적극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고무탄(LBD40) 발사기와 '스팅볼' 수류탄도 문제로 지적됐다.
프랑스에서는 작년 11월 중순 시작돼 매주 토요일 전국에서 열리고 있는 '노란 조끼'(Gilets Jaunes) 연속집회에서 경찰이 쏜 고무탄에 눈을 맞아 실명하거나 머리 부분을 가격당해 중상을 입거나 스팅볼 수류탄을 집어 들었다가 손목이 절단된 시민 등 부상자가 속출해 경찰의 진압방식에 대한 비판이 비등한 상황이다.
특히 40㎜ 구경의 고무탄(LBD40)은 규정상 경찰관이 절대적인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을 때에만 표적에서 최소 10m 이상의 거리를 두고 목 아랫부분에 쏴야 한다고 돼 있지만, 실제 시위현장에서는 이런 원칙이 잘 지켜지지 않는다고 인권단체들은 주장한다.
시민단체들이 경찰의 고무탄 발사기 사용중단을 법원에 요청했지만, 행정법원은 이를 기각했다.
투봉 전 장관은 이와 관련해 보고서에서 독일이나 영국처럼 프랑스 경찰의 진압방식도 현대화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프랑스 내무부는 이 같은 지적에 발끈했다.
크리스토프 카스타네르 내무장관은 트위터에서 "경찰은 재미가 아니라 주어진 직무에 따라 물리력을 사용한다"면서 "경찰이 국민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매일같이 목숨을 걸고 일하는데 시민의 권리를 훼손한다고 말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프랑스 정부는 비판에 개의치 않고 경찰의 집회 대처 권한을 강화하는 법안을 밀어붙이고 있다
상원은 경찰에 시위대의 가택을 압수수색하고 집회에서의 복면 착용을 금지하는 법안을 심의해 곧 표결에 넘길 예정이다. 이 법안은 집권당이 의석의 과반을 차지한 하원에서는 지난달 통과했다.
yongl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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