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렉시트 출구'가 안보인다…'정치 실종'에 英 대혼돈 속으로(종합)

입력 2019-03-13 11:04   수정 2019-03-13 1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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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렉시트 출구'가 안보인다…'정치 실종'에 英 대혼돈 속으로(종합)
합의안 승인투표 또 부결…브렉시트 연기 가능성 커져
제2 국민투표·조기총선 시나리오까지 거론…당분간 혼란 불가피
메이 총리 전략 실패 책임론 비등…"영국 정치 붕괴 단계 진입" 평가도



(런던=연합뉴스) 박대한 특파원 = 영국 하원이 12일(현지시간) 유럽연합(EU)과의 브렉시트(Brexit) 합의안을 또다시 부결시키면서 이제 영국 앞에는 '노 딜'(no deal) 브렉시트 혹은 브렉시트 연기라는 두 가지 선택지가 남게됐다.
앞서 영국은 3월 29일로 예정된 브렉시트를 앞두고 이날부터 14일까지 최장 사흘간 하원에서 브렉시트 합의안 승인, '노 딜' 브렉시트, 브렉시트 연기 등 3가지 방안을 놓고 차례대로 3단계에 걸쳐 투표를 실시하기로 한 바 있다.
이에 따라 하원은 이날 그 첫번째 단계로 브렉시트 합의안에 대한 2차 승인투표를 실시했으나 결국 부결됐다. 이번 투표는 하원이 지난 1월 테리사 메이 정부와 EU가 합의한 EU 탈퇴 협정 및 '미래관계 정치선언'을 부결시킨 데 따른 두번째 승인 투표였다.

이제 하원은 두번째 단계로 오는 13일 아무런 합의 없이 EU를 떠나는 '노 딜'브렉시트 여부를 놓고 표결을 진행한다. '노 딜'이 부결될 경우 세번째 단계로 오는 14일 브렉시트 연기 방안을 두고 다시 표결하게 된다.
그러나 어느 방안을 선택하더라도 영국 사회 전체에 큰 혼란이 불가피해 메이 총리의 전략 실패 비롯해 영국 정치권의 정치력 부재에 대한 비판도 거세게 일고 있다.
◇ '노 딜' 가능성 낮아…현실화시 이달 자동 탈퇴
이날 브렉시트 합의안 제2 승인투표가 부결되자 메이 총리는 예고한 대로 다음날 '노 딜' 브렉시트 여부를 표결에 부치겠다고 밝혔다.
보리스 존슨 전 외무장관 등 집권 보수당 내 브렉시트 강경론자들은 '노 딜'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여야를 막론하고 '노 딜' 만은 막아야 한다는 의견이 우세해 의회에서 '노 딜'이 승인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
그러나 만약 '노 딜' 투표가 가결되면 영국은 오는 29일 아무런 합의없이 EU를 탈퇴하게 된다.
'노 딜'이 현실화할 경우 영국 경제는 물론 유럽도 심각한 타격을 받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여러 기업이 '노 딜' 등 브렉시트를 둘러싼 불확실성을 이유로 영국을 떠나겠다고 발표한 상태다.
EU는 이날 2차 승인투표 부결 직후 메이 총리와 영국 하원의 갈등으로 인해 오는 '노 딜 브렉시트' 가능성이 더 커졌다고 경고했다.
◇ 브렉시트 연기?…단기냐 장기냐 의견 분분
'노 딜' 브렉시트 투표가 부결될 경우 영국 하원은 오는 14일 브렉시트 시점을 연기하는 방안에 대해 표결을 진행한다.
만약 영국 하원이 이 투표에서 연기를 결정하고, EU 27개 회원국이 이를 만장일치로 받아들이면 브렉시트 시점이 미뤄진다.
문제는 브렉시트 시점을 얼마나 연장할지에 관해 의견이 분분한 데다, 연장한다고 하더라도 브렉시트 해법을 찾기가 쉽지 않다는 점에 있다.
앞서 메이 총리는 브렉시트를 연기하더라도 6월 말까지만 가능하다고 밝힌 바 있다. 그 이후로 넘어갈 경우 5월 23∼26일 열리는 유럽의회 선거에 영국이 참여해야 한다는 것이다.
EU의 행정부 격인 집행위의 장클로드 융커 위원장도 12일 트위터를 통해 브렉시트는 유럽의회 선거까지 완료돼야 한다고 밝혔다.
다만 일각에서는 탈퇴 시한을 2021년까지 최장 21개월까지 연장하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다.

◇ 브렉시트 연기되도 해결은 미지수
문제는 이같이 브렉시트가 연기된다고 해도 EU와의 협상을 통해 새 해결책을 찾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단기간 연기에 그칠 경우 더욱 그렇다.
두 차례나 브렉시트 합의안의 발목을 잡은 쟁점인 '안전장치'(backstop) 조항 문제가 여전히 남아있기 때문이다.
'안전장치'는 영국과 EU가 별도 미래협정 합의에 이르지 못하면 영국 전체가 당분간 EU 관세동맹에 잔류하도록 하고 있다. 브렉시트 이후 EU 회원국인 아일랜드와 영국 영토인 북아일랜드 국경에서 엄격한 통행·통관 절차가 부활하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다.
그러나 브렉시트 강경론자들은 '안전장치' 종료 시점이 명시되지 않아 영국이 영원히 EU 관세동맹 안에 갇힐 수 있다고 반발해 왔고, 이는 브렉시트 합의안 1차 승인투표 부결로 이어졌다.
이에 메이 총리는 지난 11일 EU 융커위원장과 만나 영국이 영구적으로 '안전장치'에 갇히지 않도록 법적 문서를 통해 보장하는 한편 영국에 일방적 종료 권한을 부여하는 내용의 보완책에 합의하고 이를 이번에 표결에 부쳤으나 이마저 이번에 부결된 것이다.
융커 위원장은 전날 영국과 '안전장치'를 비롯한 브렉시트 합의안 보완책에 합의하면서 "정치에서 때로는 두 번째 기회를 갖게 되지만 세 번째 기회는 없다. 이번 합의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브렉시트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 같은 강경 자세를 생각하면 영국이 EU 측에 '안전장치'와 관련한 추가 양보나 보완책을 얻어내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제2의 국민투표·조기총선·총리 사퇴 가능성도
아예 브렉시트가 취소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메이 총리는 이날 합의안 부결 직후 브렉시트 시점 연기 여부를 결정할 투표가 열릴 경우 "EU는 우리가 리스본 조약 50조에 따른 브렉시트 취소를 원하는지, 아니면 브렉시트 제2 국민투표를 원하는지를 알고 싶어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제1야당인 노동당 등 일각에서는 'EU 잔류'를 선택지 중 하나로 둔 제2 국민투표 개최를 요구하고 있다.
제2 국민투표 준비 및 개최에 최소 수개월이 걸리는 만큼 이를 택할 경우 브렉시트 시점이 생각보다 오래 연기될 수 있다.


메이 총리가 아예 판을 갈아엎기 위해 조기총선을 개최할 수 있다는 시나리오도 나온다.
현재 집권 보수당과 제1야당인 노동당, 스코틀랜드국민당(SNP), 민주연합당(DUP) 등 정당별 이해관계는 물론, 정당 내부에서도 분열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같은 의회 구성 하에서는 어떤 브렉시트 합의안도 과반을 차지하기 어렵기 때문에 아예 새 판을 짤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총리실은 이날 "총리는 총선을 준비하거나 이를 원하지 않는다"면서 "우리 입장은 변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메이 총리의 전격 사퇴 가능성도 점쳐진다.
이미 두 차례 승인투표 패배로 리더십에 상처를 입은 만큼 메이 총리가 자진 사퇴한 뒤 새 총리가 EU와의 협상을 이끌어야 한다는 것이다.
앞서 메이 총리는 지난해 말 보수당 신임투표에서 승리한 뒤 오는 2022년 예정된 총선에서 당을 이끌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다만 언제 사퇴할지에 관해서는 명확한 시점을 밝히지 않아 메이 총리의 사퇴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블룸버그통신은 "영국 정치가 붕괴 단계로 들어서고 있다"면서 메이 총리의 브렉시트 탈퇴 합의 실패는 심각한 결함을 지닌 그의 협상 전략에 궁극적인 책임이 있다고 평가했다.
pdhis959@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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