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 28일 만에 공장 정문서 회사장…재발 방지 담은 합의문 낭독
(대전=연합뉴스) 양영석 기자 = "안타깝게 생을 마감한 영혼들이 지금 이 주변에 있다면 한을 조금 풀고 떠날 것 같다. 마지막 길이 편안했으면 좋겠다."
지난달 14일 로켓추진체 분리 과정에서 발생한 폭발사고로 숨진 한화 대전공장 근로자 3명의 합동 영결식이 13일 오전 대전시 유성구 외삼동 한화 공장 정문에서 회사장으로 엄수됐다.
사고 발생 28일 만에 마련된 뒤늦은 영결식이다.
함께 땀 흘리며 작업장을 지켰던 동료와 유가족, 시민들이 참석해 이들의 마지막 길을 배웅했다.
이날 오전 6시 빈소를 떠나 화장장을 거쳐 공장 정문에 도착한 운구 차량은 영결식에 앞서 희생자들이 생전에 근무했던 공장을 한 바퀴 돌았다.
운구 차량이 공장 정문을 통과해 32동, 58동, 12동을 차례로 지날 때마다 전 직원이 나와 머리를 숙이며 마지막 인사를 했다.
직원들은 애도의 뜻으로 파란색 작업복을 입고 검정 리본을 착용했다.
운구 차량이 다시 정문으로 돌아온 뒤 폭발사고 희생자 3명의 합동 영결식이 시작됐다.
영결식은 고인에 대한 묵념, 약력 소개, 추도사, 합의문 낭독, 헌화 등의 순으로 진행됐다.
구슬픈 진혼곡과 함께 진행된 묵념을 끝내고 고인에 대한 약력 소개가 이어지자 공장 정문에는 무거운 기운이 내려앉았다.
대기업 입사의 기쁨도 잠시, 대학 졸업식을 하루 앞두고 생때같은 자식을 떠나보낸 한 유가족은 침통함을 감추지 못했다.
이날 영결식에선 특이하게 합의문을 낭독하는 시간이 마련됐다.
합의문은 이번 사고와 관련해 유가족, 한화 공장, 방위사업청, 고용노동청 등이 함께 재발 방지를 약속하며 작성한 것이다.
여기에는 작업중지 상태인 한화 대전공장에 대한 작업 재개 여부를 꼼꼼하게 점검하고, 외부 전문기관이 참여하는 합동점검을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한화 대전공장은 지금까지 방산업체 특성상 국가보안시설이란 이유로 안전점검 준수 여부가 외부에 공개되지 않았다.
유가족들은 장례절차를 미룬 채 한화 공장의 폐쇄적인 안전관리 시스템을 개선하고 관계기관의 책임을 강화하는 합의문을 끌어냈다.
합의문 낭독 후 헌화를 끝으로 1시간가량 진행된 합동 영결식이 마무리됐다.
유가족 대표 김용동 씨는 "귀한 생명을 잃어 애통하지만, 남은 직원들이 좀 더 안전한 작업환경에서 일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며 "합의 내용이 부족할 수 있지만, 희생자들의 영혼이 어딘가에 있다면 한을 조금이라도 풀고 떠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화약과 폭약 등을 취급하는 한화 대전공장에서는 지난달 14일 로켓추진체 분리 과정에서 폭발사고가 발생해 근로자 3명이 숨졌다. 앞서 지난해 5월에도 비슷한 폭발사고로 5명이 숨지고 4명이 다치는 등 폭발사고가 잇따랐다.
youngs@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