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총사퇴하더라도 조기 총선은 불가능…총사퇴 실현가능성 없어"
(서울=연합뉴스) 김희선 기자 = 자유한국당이 여야 4당의 선거제·개혁법안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 추진에 맞서 '의원직 총사퇴 후 조기 총선' 카드까지 거론하면서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지난 8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패스트트랙으로 야합 처리하는 것은 민주주의의 절차를 근본적으로 부정하는 것"이라며 "이렇게 멋대로 한다면 의원직 총사퇴를 불사하겠다"고 경고했다.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정개특위) 한국당 간사인 장제원 의원은 12일 한발 더 나아가 "한국당은 논의 구조에서 빠진 채 패스트트랙에 태워진 선거법이 오는 12월 본회의에 상정돼 통과된다면 이 제도로 내년 4월 총선을 치를 수 없다"며 "차라리 의원직 총사퇴를 한 뒤 조기 총선을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의원직 총사퇴'는 역대 국회에서 야당이 여당을 압박하기 위한 수단으로 종종 들고 나왔던 카드다. 야당 의원들의 총사퇴로 국회의원이 200명 밑으로 내려가면 '국회의원의 수는 법률로써 정하되, 200인 이상으로 한다'는 헌법 제42조 1항의 규정에 따라 국회가 자동으로 해산된다는 논리가 등장하기도 했다.
하지만 선거관리위원회와 전문가들에 따르면 야당 의원들이 총사퇴한다고 해서 국회가 해산되거나 조기 총선을 실시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헌법학자인 임지봉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국회의원 수가 200명 밑으로 내려가면 국회가 자동 해산된다는 것은 자의적 해석"이라며 "총선거를 통해 국회의원을 새로 뽑을 때 그 의석수를 200인 이상으로 법률에 정해야 한다는 의미이지 사직 등으로 의원 수가 200인 밑으로 내려가면 국회가 유지될 수 없다는 의미는 아니다"고 설명했다.
선관위 관계자도 "우리나라 현행법상 국회 해산이나 선거를 앞당겨 실시하는 조기 총선에 관한 규정은 없다"면서 "한국당 의원들이 총사퇴하면 보궐선거를 치러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당이 총사퇴를 실행에 옮겨 113명 전원이 사직서를 제출하더라도 국회 문턱을 넘기부터가 쉽지 않다.
국회법과 공직선거법에 따르면 의원의 사직서 수리는 본회의 의결이 필요한 사안으로, 재적의원 과반수가 출석하고 출석의원 과반수가 찬성해야 통과된다. 다만, 폐회 중에는 의장이 허가할 수 있다.
설사 한국당 의원들의 사퇴안이 국회 문턱을 넘더라도 사퇴로 빈자리는 내년 총선 때까지 공석으로 남을 수밖에 없다.
현행법상 보궐선거는 1년에 한 차례밖에 치를 수 없는데 올해에는 이미 4·3 보궐선거가 확정된 상태기 때문이다.
선관위 관계자는 "보궐선거를 하려면 선거일 30일 전에 사유가 확정되어야 하므로 4월 3일 이전에 총사퇴하더라도 이에 따른 공석을 4·3 보궐선거 때 채우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총선이 있는 해에는 보궐선거를 따로 하지 않고 선거일에 하게 되어 있기 때문에 2020년 총선까지 공석이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국당 관계자는 선거법을 패스트트랙으로 하는 것은 국회 문을 닫자는 것과 같기 때문에 총사퇴 카드까지 나온 것이라며 "제1야당 전원이 사퇴한다는 것 자체가 국회 문을 닫아야 하는 상황인데 국회가 제대로 굴러갈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한국당의 총사퇴 카드는 정치 공세일 뿐 실현 가능성은 거의 없는 것으로 보고 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이번 사안이 총사퇴를 할 만한 사안은 아니라고 본다"면서 "좋게 표현하면 확고한 결심을 표현하려고 한 것이지 실행 가능성은 제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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