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근이사→사내이사로만 이동…겸직 부담 등 고려
(서울=연합뉴스) 윤보람 기자 =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총괄 수석부회장이 현대차[005380]와 현대모비스[012330]에 이어 기아차[000270] 대표이사직까지 맡을지 관심이 쏠린다.
정 부회장은 이번 기아차 정기 주주총회에서 사내이사로 선임될 예정으로, 복수 계열사의 대표이사 겸직에 대한 부담을 덜기 위해 일단은 사내이사 역할에만 집중할 것이란 게 재계의 관측이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정 부회장은 기아차 비상근이사로서 임기가 끝나는 오는 15일 정기 주주총회에서 사내이사로 선임된다.
정 부회장은 2005∼2008년 기아차 대표이사 사장을 역임했고, 2009년부터 지난해까지 현대차 부회장을 맡으면서 기아차에서는 비상근이사로 이사회에 참석해왔다.
정 부회장의 사내이사 선임은 그가 작년 말 인사를 통해 그룹 총괄을 맡으면서 권한과 책임이 커진 데 따른 자연스러운 수순으로 해석된다.
그룹 총괄로서 기아차 이사회에도 사내이사로 참여해 책임경영을 강화하는 한편 그룹 핵심 계열사에 대한 장악력을 높이는 차원인 것이다.
회사에서 상시 근무하지 않는 형태의 비상근이사와 달리 사내이사는 실질적인 경영을 담당하는 임원으로서 권한과 책임이 더욱 커진다. 정 부회장이 기아차의 사내이사까지 맡으면 현대차, 기아차, 현대모비스, 현대제철[004020] 등 4개 핵심 계열사들의 사내이사를 겸하게 된다.
당초 일각에서는 정 부회장이 실질적으로 현대차그룹 경영 전반을 이끌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에 기아차 대표이사직까지 맡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책임경영에 대한 의지를 더욱 확고하게 드러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미 정 부회장의 대표이사 선임 추진을 공식화한 현대차나 현대모비스와 달리 기아차는 주총 직전까지도 이와 관련해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현재로서는 사내이사 선임과 연계해 당장 대표이사 선임까지 일사천리로 절차가 진행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우선 정 부회장이 이미 사내이사로 있던 현대차나 현대모비스와 달리 기아차의 경우 '비상근이사→사내이사→대표이사'의 형태로 두 단계를 한 번에 밟아야 해 부담스러울 수 있다는 점이 그 근거로 꼽힌다.
또 기아차까지 포함해 주요 계열사 세 곳의 대표이사를 한 번에 맡게 되면 겸직이 과도하다는 지적이 제기될 수 있는 만큼 굳이 위험요인을 만들진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이미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CGCG)는 정 부회장의 기아차 사내이사 선임 안건에 대해 "정 부회장이 현대모비스, 현대차, 현대제철의 사내이사를 겸직하는 상황에서 과도한 겸직이 이사의 충실 의무를 저해할 수 있다"며 반대 의견을 낸 상태다.
연구소는 또 정 부회장이 현대차와 현대모비스의 대표이사로 선임될 것이라고 언급하면서 "대표이사가 다른 회사의 등기이사를 2개 초과해 겸직할 경우 반대를 권고한다"고 밝혔다.
재계 관계자는 "정 부회장의 기아차 사내이사 선임은 그룹 총괄에 오르면서 자연스러운 수순으로 비치지만, 대표이사까지 오른다면 과도하게 권한이 집중된다는 지적을 받을 수 있는 만큼 두 역할을 굳이 동시에 맡으려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기아차의 경우 오랫동안 전문경영인이 대표이사를 맡아왔다는 점도 정 부회장의 대표이사 취임 가능성을 낮게 보는 근거다.
기아차는 2011년 3월∼2014년 10월 이형근 부회장·이삼웅 사장 각자 대표 체제, 2014년 11월∼2018년 1월 이형근 부회장·박한우 사장 각자 대표 체제로 운영됐다.
이후 작년 1월부터 박한우 사장이 단독 대표를 맡았다가 그해 7월 박한우 사장·최준영 부사장 각자 대표 체제로 변경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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