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절 앞두고 사순 피정 중…교황청 보수파 거두, 펠 추기경 유죄 선고 비판
(로마=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가톨릭교회를 흔들고 있는 사제에 의한 아동 성 학대 파문의 여진이 가라앉지 않고 있는 가운데 프란치스코 교황이 13일(현지시간) 즉위 6년을 맞이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6년 전 이날 건강 등을 이유로 자진 퇴위한 교황 베네딕토 16세의 뒤를 이어 전 세계 11억 가톨릭 신자들의 수장 자리에 올랐다.
교황은 즉위 꼭 6년째가 되는 이날을 로마 외곽 아리차에 있는 한 피정 센터에서 보냈다.
교황은 부활절을 앞두고 기독교인들이 금식과 속죄로 마음을 가다듬는 사순 시기를 맞아 교황청 고위 관료들과 함께 지난 10일 피정을 떠났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15일까지 이곳에서 '불타는 열망에 사로잡힌 도시: 세속의 삶 안에서 부활의 시선과 행동을 위하여'라는 주제로 묵상을 이어갈 예정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즉위 6년이 되는 이날 공교롭게 호주에서는 교황청 관료조직 쿠리아의 서열 3번째에 해당하는 재무장관을 지낸 조지 펠 추기경에게 아동 성 학대 혐의로 징역 6년형이 선고됐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호주 빅토리아주 카운티 법원은 1996년 발생한 아동 성 학대 혐의로 작년 말 유죄 평결을 받은 펠 추기경에게 이날 징역 6년 형을 선고했다.
호주를 비롯해 미국, 칠레, 독일, 아일랜드 등 가톨릭 전통이 강한 서구 주요 국가에서 사제들의 아동 성 학대 추문이 좀처럼 가라앉지 않은 가운데, 쿠리아의 고위 관리를 지낸 펠 추기경에게 중형이 선고된 것은 가톨릭의 신뢰를 해치는 요소로 작용할 것으로 관측된다.
한편, 교황청 내 보수파 거두로 꼽히는 독일의 게르하르트 뮐러 추기경은 이날 독일 dpa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펠 추기경에 대한 이번 판결을 비판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비판적인 진영의 대표적 인물인 뮐러 추기경은 2017년 6월까지 사제들의 성 학대 추문을 조사하고, 처벌하는 책임 부서인 신앙교리성 장관으로 재직했다.
그는 "언론에서 보도된 것 이상의 것을 알지 못하지만, 사람들의 반응이 진실이 아니라, 편견에 기초하고 있다는 것이 끔찍하다"며 "어떻게 누군가가 입증되지 않은 범죄로 유죄 판결을 받을 수 있느냐"고 지적했다.
펠 추기경은 무죄를 주장하면서 항소했다. 항소심 판결은 올해 6월 나올 예정이다.
ykhyun1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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