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A, 보잉 737 맥스 여객기 사고 두고 "공통 원인 가능성" 언급
캐나다도 "한계점 벗어나는 유사성" 지적…원인 규명될까
(서울=연합뉴스) 정성호 기자 = 전 세계 주요국 가운데 마지막까지 보잉사(社)의 'B737 맥스(MAX)' 운항을 허용하던 미국이 마침내 이 항공기의 비행을 금지하면서 에티오피아 사고와 인도네시아 사고 간 유사성을 근거로 들어 주목된다.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는 13일(현지시간) 미 연방항공청(FAA)의 737 맥스 운항 중단 소식을 전하면서 에티오피아와 인도네시아 여객기 추락사고 사이의 유사성이 이런 결정을 이끌었다고 보도했다.
로이터 통신도 "FAA가 새로운 인공위성 데이터와 에티오피아 여객기 추락 현장에서 수거된 증거물을 운항 중단 결정의 이유로 들었다"고 보도했다.
실제 FAA는 "데이터 수집 절차와 사고 현장에서 수집돼 오늘 분석된 새로운 증거물"을 이번 결정의 근거로 지목하며 "이 증거들과 새롭게 정련돼 FAA가 활용할 수 있게 된 인공위성 데이터가 이런 결정으로 이끌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추락사고 조사 결과 잔해에서 이륙 직후 에티오피아 여객기의 컨피겨레이션(환경 설정)과 관련된 새로운 정보를 발견했다"며 "이 정보와 인공위성 기반의 사고 여객기 비행 경로 추적 데이터를 조합한 결과 에티오피아 사고와 인도네시아 사고 사이에 유사성을 찾았다"고 설명했다.
FAA는 이어 이런 유사성들이 "두 사고 사이에 공통의 원인(shared cause)이 있을 가능성을 조사할 필요성을 정당화한다"며 "이 공통의 원인을 더 잘 이해하고 조사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미국보다 몇 시간 앞서 737 맥스 여객기의 운항을 중단시킨 캐나다도 비슷한 사유를 제시했다.
이륙 직후 여객기의 비행 경로와 수직 항로 등을 보여주는 인공위성 추적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에티오피아 에어라인 여객기와 인도네시아 라이언에어 사고에서 "어떤 한계점을 벗어나는 유사성"을 발견했다는 것이다.
이는 에티오피아 추락사고 이후 제기돼온 737 맥스 여객기의 기체 결함 가능성을 시사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항공업계에서는 이달 10일 발생한 에티오피아 사고와 작년 10월의 인도네시아 라이언에어 여객기 사고가 동일한 보잉 737 맥스8 기종에서 발생했다는 점, 두 사고 모두 이륙 직후 수 분 만에 추락사고로 이어졌다는 점, 두 사고가 불과 4개월여 만에 연달아 일어났다는 점 등을 들어 조종사의 오작동보다는 기체 결함 또는 소프트웨어 오류가 원인일 가능성을 제기해왔다.
실제 지난해 미 항공우주국(NASA) 데이터베이스에 저장된 항공기 안전 보고서를 보면 737 맥스8을 조종하며 기체의 머리 부분이 순간적으로 급강하하는 '자동 기수 내림'(nose down)을 경험했다는 미 조종사들의 사례 보고가 있다.
한 기장은 자동항법장치(autopilot)를 작동한 직후 부기장이 '하강한다'고 외쳤고, 이어 기체의 지상 접근을 알리는 음성 경보인 '돈 싱크, 돈 싱크'(Don't Sink, Don't Sink·하강하지 말라)가 울렸다고 보고했다.
또 다른 부기장은 자동항법장치 작동 이후 기수가 갑자기 아래쪽으로 향하면서 항공기가 분당 1천200∼1천500피트가량 내려가는 현상을 경험했다고 전했다.
이 데이터베이스에 따르면 또 다른 조종사는 "이 항공기를 조종하려면 임시대처 조종법을 알아야 한다는 사실 자체가 위험 신호"라며 "탑재된 시스템이 실수를 쉽게 유발한다는 것을 이제 우리도 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사고가 난 에티오피아에어라인의 최고경영자 트왈데 게브레마리암은 "동일한 최신형 항공기 모델에서 채 6개월도 안 되는 사이에 두 건의 중대한 치명적 사고가 발생했다"며 "따라서 그 비행기는 답변해야 할 많은 질문을 안고 있다"고 말했다.
보잉 역시 이번 사고 이전부터 '737 맥스' 기종 전체에 대해 조종제어 소프트웨어를 대폭 수정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다만 보잉은 여전히 737 맥스8과 맥스9 기종의 안전에 대해 전적으로 자신감을 갖고 있다는 입장이다.
보잉은 그러면서도 "전 세계에서 운행하는 737 맥스 371대 전체에 대한 잠정적 운행 보류를 FAA에 권고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한편 에티오피아 항공당국은 이번 추락사고에서 수거한 블랙박스 저장장치 2대를 프랑스로 옮겨 분석하기로 했다. 이는 사고 과정에서 블랙박스가 훼손돼 정보 판독이 어려워졌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블랙박스는 14일(현지시간) 프랑스 항공사고조사국(BEA)으로 이관될 예정이다.
sisyph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