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 유추 그만"…'지금 당신이 멈춰야' 경고장 캠페인도
(서울=연합뉴스) 사건팀 = 가수 겸 방송인 정준영(30)의 불법 촬영 동영상 유출 사건이 파장을 일으키는 가운데 피해자가 누구인지 추측하거나 알아내려는 관심을 자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일고 있다.
피해자가 누구인지 알려지면 2차 피해로 직결되는 데다 실제 피해자가 아닌데도 유언비어에서 피해자로 지목되면 돌이키기 힘든 물질적·정신적인 타격을 입는다는 지적이다.
정준영의 불법 촬영 동영상 유출 의혹이 불거진 지 3일이 지난 14일 현재 네이버, 다음, 구글 등 포털 사이트에 '정준영'을 검색하면 여러 여자 연예인들이 이름이 연관 검색어로 노출된다.
정준영의 불법 촬영 피해자가 누구인지를 다룬 이른바 '찌라시'가 여러 건 유포됨에 따라 사실인지 확인하려는 이들이 포털 사이트에서 검색하고 있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찌라시들은 모두 확인되지 않은 내용이다. 명단에 이름이 오른 연예인들은 소속사를 통해 "악성 루머를 작성하고 배포한 사람을 고소하겠다"는 입장을 내기도 했다.
'성관계 몰카' 정준영 "죄송…성실히 조사 받겠다" / 연합뉴스 (Yonhapnews)
한 방송사는 뉴스 영상에 정준영 사건의 피해자가 누구인지 암시하는 내용을 보도했다가 여론의 질타를 받고 리포트를 온라인에서 삭제하기도 했다.
이 같은 현상을 두고 한국여성아동인권센터 이명숙 대표(변호사)는 "성범죄 피해자의 인적사항이나 불법 촬영 영상이 온라인에서 유통되는 것은 1차 가해보다 심각한 2차 가해를 초래할 수 있다"며 "1차 가해는 (피해자와 가해자) 둘의 문제지만, 온라인으로 번지면 수습할 수 없는 치명적인 피해가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이 대표는 또 "영상을 유포하는 행위를 강력하게 처벌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처벌한다고 해도 이미 발생한 2차 피해를 되돌리기 어려워 '사후 약방문'이 되기 쉽다"며 "언론과 시민의 성숙한 의식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김경희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도 인터넷상의 2차 가해를 두고 "우리 사회의 관음증적 문화와 성적 대상화가 놀이처럼 취급되는 것"이라며 "더디더라도 이번 사건을 계기로 건강하지 못한 성 문화를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뿐 아니라 일반 시민 사이에서도 이번 사건의 2차 피해 방지 노력과 함께 왜곡된 성문화와 의식을 바로잡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정준영 사건 피해자를 암시하는 뉴스 보도를 비판하는 댓글이 여러 건 게재됐다. 이들은 "가해자가 저지른 일만 강조해도 모자랄 판에 피해자를 왜 강조하나", "피해자가 누군들 무슨 의미가 있나"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트위터나 페이스북 등 각종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도 이번 사건의 2차 피해를 방지하자는 경고장 이미지가 여러 차례 공유됐다. 노란색 바탕에 '우리는 피해자가 궁금하지 않습니다'라고 적힌 이 경고장은 '아하! 서울시립청소년성문화센터'가 제작한 것이다.
이 단체는 "정준영의 카톡이 공개된 후 많은 사람이 합의하지 않은 성관계와 불법 촬영, SNS 공유에 공분했다"며 "하지만 한편에서는 피해자를 추측하는 기사가 쏟아져 나왔다"고 경고장을 만든 배경을 설명했다.
이어 "우리는 누가 피해자인지 질문할 것이 아니라 무엇이 폭력인지 질문해야 한다"며 "그렇기에 우리는 성폭력 피해자의 얼굴이 궁금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jae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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