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청구권협정상 '외교협의' 요구 이어 중재위구성 거론 가능성
(서울=연합뉴스) 이정진 현혜란 기자 = 한국과 일본은 14일 외교부 국장급 협의를 하고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판결 등 현안에 대해 논의했다.
김용길 외교부 동북아국장과 가나스기 겐지(金杉憲治) 일본 외무성 아시아대양주국장은 이날 오후 서울 도렴동 외교부 청사에서 만나 강제징용 배상판결을 둘러싼 갈등을 어떻게 해소할지에 대해 집중적으로 협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가나스기 국장은 외교부 청사에 들어서면서 협의 내용 등에 대한 취재진 질문에 아무런 답을 하지 않았다.
한일 국장급 협의가 열린 것은 지난달 1일 도쿄 회동 이후 한달여 만이다.
일본은 한일 청구권협정(이하 협정)에 근거해 협정상의 분쟁해결절차인 '외교적 협의'에 응할 것을 한국 측에 촉구해왔고 한국은 "제반요소를 감안해서 면밀히 검토 중"이라는 입장을 밝혀왔는데, 이번 협의에서도 이런 입장이 유지됐을 것으로 보인다.
일본 측은 한국이 '외교적 협의'에 계속 응하지 않으면 다음 단계인 중재위원회 구성으로 넘어간다는 방침인 것으로 전해져, 이번에 그에 대한 입장 표명이 있었을지 주목된다.
한일 청구권협정 3조 2항에는 '외교상의 경로'로 해결할 수 없는 분쟁은 제3국 위원을 포함하는 중재위원회를 구성해 중재위에 넘기도록 규정돼 있다.
다만, 중재위 설치도 한국의 동의가 없으면 불가능하다.
따라서 일본은 국제사법재판소(ICJ)에 문제를 제기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지만, ICJ에서 이 문제가 다뤄지기 위해서도 한국의 동의가 필요하다.
이번 협의에서는 일본 내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대(對) 한국 '경제보복' 가능성과 관련해 의견 교환이 이뤄졌을 수 있다.
이에 대해 아소 다로(麻生太郞) 일본 부총리 겸 재무상이 12일 "관세에 한정하지 않고 송금의 정지, 비자의 발급 정지라든지 여러 보복 조치가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고 교도통신이 보도한 바 있다.
그런 만큼 김용길 국장은 가나스기 국장에게 경제보복은 양국관계를 심각하게 훼손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신중한 대응을 요구했을 것으로 관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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