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악시오스, 실리콘밸리 부자 아빠의 아들 입시 경험담 보도
(워싱턴=연합뉴스) 백나리 특파원 = "이런 식으로 말하더라고요. 내가 당신 아들을 서던캘리포니아대학에 넣어줄 수 있는데 그러려면 아들을 풋볼선수로 해야 된다고. 당신 아들은 거기 못 들어가는데 '옆문'으로 넣을 방법이 있다고."
미국에서 761가족의 명문대 부정입학을 도운 혐의로 조사를 받는 윌리엄 릭 싱어(58)에게서 입시 컨설팅을 받았다는 한 실리콘밸리 투자자 A씨가 美매체 악시오스에 털어놓은 얘기다.
A씨의 설명을 토대로 한 악시오스의 14일(현지시간) 보도를 보면 싱어가 자녀를 명문대에 보내고 싶은 부모의 욕망을 건드려 입시 비리에 이르게 되는 과정을 어느 정도 유추해볼 수 있다.
익명 보도를 조건으로 내건 이 유명 실리콘밸리 투자자는 "자식이 11학년(한국으로 치면 고등학교 2학년)이 되면 모든 부모가 입시 카운슬러에 대해, 누굴 (입시 카운슬러로) 쓰고 있는지에 대해 얘기하기 시작한다"면서 입을 열었다.
그는 "나도 큰 아들을 위해 한 사람을 만나봤는데 마음에 들지 않았다. 누군가 싱어를 내게 알려주면서 전화번호를 줬고 내가 전화를 걸어봤다"고 말했다.
이후 싱어는 A씨의 집을 4∼5번 방문했다. 시험 준비를 위한 것이라며 같이 오는 사람도 있었다.
A씨는 "애들은 부모 말을 안 들으려고 하고 만약 다른 사람을 쓸 여유가 있다면 그렇게 하는 것 아니겠느냐"라며 "그는 참 잘했다. 아이들을 집중하게 했다"고 털어놨다.
그러나 A씨의 아들이 갈 수 있는 대학에 대한 논의에 접어들자 싱어는 이상한 얘기를 꺼냈다.
A씨의 아들을 서부 명문 서던캘리포니아대학에 넣어줄 수 있는데 그러려면 아들이 풋볼선수가 돼야 한다는 얘기였다.
싱어는 "거기 자리가 있을 것이고 사실 풋볼을 하지는 않아도 된다"고 했다. A씨는 "싱어가 나중에 또 같은 얘기를 꺼냈고 '옆문'이라는 단어를 쓰면서 '당신 아이는 거기 들어갈 수 없는데 옆문으로 넣어줄 방법이 있다'고 하더라"라고 했다.
A씨는 "싱어가 밀어붙였고 나는 결국 다른 아이에게 그 기회를 주라고 했다. 돈 문제는 매월 주는 입시 상담료 외에는 논의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A씨는 "싱어는 성미가 고약하고 발끈하는 성격이지만 우리 아이들을 도와주는 거라 아주 많이 잘해주게 된다. 사람들이 아마 그래서 '옆문' 얘기가 나올 때 즉시 싱어를 거부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아내는 싱어를 좋아하지 않더라. 아내의 스파이더맨 같은 센스는 대단했다. (엄마와 달리) 아빠는 (알아채는 데) 좀 더 시간이 걸리더라"면서 "더러운 기분이지만 잘못된 일은 하지 않았다"고 했다.
싱어는 대학 운동부 감독들에게 뇌물을 주고 부정입학을 알선하는 등 수법으로 부유층 자녀들에게 명문대 합격의 길을 열어준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다. '미국판 스카이캐슬'로 불린 이 사건으로 여타 재학생과 학부모가 잇따라 소송을 내는 등 파문이 확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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