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외교수장, 내주 유럽방문…거세진 'EU 압박' 진화 나서나

입력 2019-03-15 10:37  

중국 외교수장, 내주 유럽방문…거세진 'EU 압박' 진화 나서나
EU, 중국을 '경제적 경쟁자' '체제 경쟁의 라이벌'로 규정
중국 "양자는 다자주의 향한 일관성 입장과 공통의 열망"

(서울=연합뉴스) 정재용 기자 = 왕이(王毅) 중국 외교 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장관)이 다음 주 유럽을 방문한다.
중국 외교 사령탑인 왕 외교부장은 제9차 중국-유럽연합(EU) 고위급전략대화에 참석하기 위해 오는 16일 유럽연합 집행위원회 본부가 있는 벨기에 브뤼셀을 방문한다고 루캉(陸慷) 중국 외교부 대변인이 14일 밝혔다.
왕 외교부장의 이번 유럽방문은 오는 22일부터 시작되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유럽 순방과 다음 달 9일 리커창(李克强) 총리가 참석하는 중국-EU 연례 정상회담을 앞두고 이뤄진다는 점에서 관심을 끌고 있다.


루캉 대변인은 정례 브리핑에서 왕 외교부장이 이번 고위급전략대화에서 다자주의를 촉진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중국-EU 연례 정상회담을 위한 의제를 최종 조율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15일 보도했다.
루 대변인은 "우리는 양측이 상호 공동 관심사, 국제 및 지역 문제에 대해 충분하고 심도 있는 의견교환을 하고, 양측의 다양한 분야에서 대화와 협력을 강화하는 방안을 모색할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그는 또 "중국과 EU의 관계는 매우 많은 분야에서 발전과 협력을 위한 건전한 모멘텀을 유지해 왔으며 풍부한 결실을 봤다"면서 "양자는 다자주의를 유지하는 데 있어 일관성 있는 입장과 공통의 열망을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루 대변인의 이러한 낙관적인 입장과는 달리 중국과 EU의 관계는 어느 때보다도 긴장 국면에 놓여 있다는 게 외교 전문가들의 일반적인 시각이다.
최근 EU는 사상 처음으로 중국을 '경제적 경쟁자'이자 '체제 경쟁의 라이벌'로 규정했다.
EU 집행위원회는 지난 12일 발표한 새 중국전략보고서에서 "중국은 더는 개발도상국이 아니라 국제사회의 핵심이자 선도적인 기술 강국"이라며 "중국의 정치·경제적 영향력이 전례 없이 커지면서 EU에는 중국이 제기하는 도전과 기회 사이의 균형이 변화했다는 평가가 커졌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이어 "중국은 이제 (EU의) 경제적 경쟁자(economic competitor)이자 (EU와 다른) 체제를 추구하는 체제 경쟁자(systemic rival)"라고 규정했다.
EU 집행위원회는 보고서를 통해 유럽 각국의 지도자들에게 무역과 기술 등의 분야에서 중국과 보다 균형 있고 상호적인 관계를 형성하기 위한 '10대 행동 계획'을 중국 측에 요구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일각에서는 EU 집행위원회의 보고서는 경제 규모 1, 3위인 미국과 EU가 공동으로 2위 중국을 견제하는, '서구 대 중국'의 대결 구도의 심화를 드러내는 징표로 해석하고 있다.
EU 집행위원회의 이러한 새 중국전략보고서에 대해 루 대변인은 지난 13일 중국은 EU와 '전략적인 협력관계'를 심화시키기를 원한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뤄지는 왕 외교부장의 이번 유럽방문은 거세지는 EU의 대중국 압박을 서둘러 진화하려는 성격을 띠고 있다는 관측도 있다.
앞서 왕 외교부장은 지난 8일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기자회견에서 EU에 대해 중국 문제에 있어 미국을 의식하지 말고 '정책적 독립성'을 유지하라고 주문한 바 있다.
그는 "EU는 세계의 주요 열강의 하나로서 자신의 근본적이고 장기적인 이익에서 출발한다고 믿는다"면서 "우리는 EU가 (중국 문제에서) 정책적 독립성, 안정성과 적극성을 유지할 것으로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중국과 EU가 때때로 상호 간여하고 영향을 미쳤다면서 대화와 소통을 강화하고 문제를 적절하게 처리하기를 희망한다는 뜻도 밝혔다.
왕 외교부장의 EU 관련 발언은 이탈리아의 중국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해상 실크로드) 프로젝트 참여 가능성에 대해 미국과 EU 일각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제기되는 상황에서 나왔다.
jjy@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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