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김성용 기자 = 세계 여러 정상이 공식적인 미국의 의견을 알기 위해 통상의 정부 절차를 건너뛰고 정책 현안을 상의하러 미국 대통령을 직접 상대하는 새로운 전략을 선택하고 있다고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전·현직 관리나 외교 정책 전문가들에 따르면 요령 있는 리더들은 미국 외교상의 기본 의례나 정부 절차를 우회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점점 더 직접 다가가고 있다고 이 언론은 전했다.
북한 김정은 위원장, 터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 러시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정부 관리나 보좌관 등 중간층을 배제하고 트럼프 대통령과 직접 얘기하는 국가 정상들에 속한다.
많은 국가 정상들 입장에서 이는 가끔 예측할 수 없는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 결정에 접근하는 가장 정확한 방법이 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런 접근법을 부추겨 왔는데 이는 외교 문제에 불확실성을 가중해 왔다. 일부 보좌관들은 그런 개인적 대화가 행정부 내에서 혼란을 싹트게 할 수 있다며 불안해한다. 때로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정부 고위층이 알지 못하는 상태로 방치돼 있거나 되짚어가야만 한다.
지지자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사업가 이력에서 비롯된 '직접 손을 대보는' 협상 전략을 그의 장점 중 하나로 언급했다.
트럼프는 그의 개인 휴대전화 번호를 캐나다 쥐스탱 트뤼도 총리와 프랑스의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을 포함한 동맹국 정상에게 줬다고 미국과 외국 관리들이 전했다. 이에 따라 이들은 공식적 통화에 자주 수반되는 관료주의적인 고충이나 보안 조치 없이 자유롭게 대화할 수 있다.
미 외교관을 지낸 로버트 대닌은 "현시점에서 외국 정상들은 트럼프 외에 누구도 권위 있게 대화할 수 없고 다른 대화자들이 한 얘기는 오늘 대통령의 입장을 대변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걸 알고 있다"고 말했다. 백악관은 논평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은 전했다.
트럼프는 트위터에서 중국의 시진핑 국가주석과의 매우 강력하고 개인적인 관계를 극구 칭찬했다.
트럼프는 지난해 12월 트윗에서 "그와 나는 무역과 그 이상에서 우리 두 위대한 국가 사이에서 거대하고 매우 긍정적인 변화를 일으킬 수 있는 두 사람"이라고 밝혔다.
지난 2월 북한과의 결렬된 정상회담 이후 미국과 중국 간의 미묘한 무역 협상은 양국 리더들의 회동이 실패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보다 관례적인 수순을 밟고 있다. 지금은 양국 고위 보좌관들이 이달 말 두 지도자 간의 잠재적인 플로리다 회동을 앞두고 세부 사항들을 정리하는 데 매진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과 통상적인 노트 필기 없이 회동을 갖기로 했다. 앞서 외국 정상과의 대화 내용이 유출된 데 대한 우려 때문이다.
이런 노트들은 보통 정부 기관들 내에서 최근의 논의에 대해 모두가 알 수 있도록 유포된다.
일부 고문들은 취임 당시 외교 정책 초보자인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이 내놓을 준비가 되지 않은 사안에 대해 지나치게 약속하거나 국가안보에 영향을 미치는 사안에 대해 정상들에게 적절하게 책임을 묻지 못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지난해 7월 푸틴과의 헬싱키 회동 이후 트럼프 대통령은 러시아가 2016년 미 대선에 관여했다는 미 정보기관의 결론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트럼프는 기자회견에서 "푸틴 대통령이 극히 강력하게 부인했다"고 말했다가 다음날 미 정보기관을 지지한다며 말을 바꿨다.
백악관의 내부 운영 상황에 밝은 한 관리는 대통령의 조언자들이 대통령이 정기적으로 그의 전화로 세계 정상들과 대화한다고 의심한다고 전했다.
이 관리는 "우리는 그가 누구와 얘기하는지 또는 그가 무엇에 동의하는지 전혀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미국과 터키 간의 긴장 관계는 지난 1월 에르도안 대통령이 수화기를 들고 트럼프 대통령에 전화를 걸 때 심화하고 있었다.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보좌관이 시리아에서의 미군 철수 계획을 놓고 터키 관리들과 충돌한 상황이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철군 계획에 대해 다른 모든 사람을 건너뛰고 트럼프 대통령과 직접 통화해 듣고 싶어했다고 미국 한 관리가 전했다.
트럼프 지지자들은 외교 사안에 대한 트럼프의 '협상의 기술' 접근법을 칭찬한다. 트럼프 대통령이 일대일 협상을 선호하는 건 관료주의적인 요식 절차를 뚫고 나가는 그의 방식이다.
지난해 북한 김정은 위원장과의 첫 회담 전에 트럼프는 기자들에게 회담이 성공할지를 첫 1분 이내에 알 수 있다고 말했다. 김정은 위원장은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을 포함해 일부 최고위 관리들을 피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직접 서한을 보냈다.
김 위원장은 서한에서 오직 그들만이 양국 간의 오랜 갈등을 해결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고 서한 내용을 잘 아는 인사들이 전했다.
위성락 전 주러시아 대사는 "김정은 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대화할 수 있는 좋은 사람이고 실무 단계 협상은 시간 낭비라고 결론 내렸다"고 말했다고 이 언론은 전했다. 지난달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은 기대감이 컸지만, 합의 없이 끝났다.
ksy@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