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응과 전복'
(서울=연합뉴스) 이도연 기자 = 2000년대 이후 근 20년간은 한국영화의 르네상스 시대로 불린다.
박찬욱 감독의 '복수는 나의 것', '올드보이', '친절한 금자씨' 등 복수 시리즈는 영화 소재의 한계를 무너뜨렸고 봉준호 감독의 '살인의 추억'과 '마더'는 사회의 어두운 진실을 보여줬다. 이창동 감독의 '오아시스'와 '박하사탕'은 삶에 대한 통찰을 담았다.
이러한 시기를 거치면서 이 감독들은 전 세계적으로 인정받았고 한국영화는 대중문화의 중심으로 떠올랐다.
'씨네21' 창간 멤버이자 '필름2.0' 편집위원을 지낸 김영진 평론가가 최근 펴낸 '순응과 전복'은 한국영화의 르네상스 시기를 중심으로 한국영화를 분석한다.
저자는 이 시기 등장한 영화감독의 대다수를 '아비 없는 자식'이라고 표현한다. 이들에게는 과거 한국영화의 장르적 전통을 의식하지 않고 영화를 만드는 '모험 정신'이 있었다. 이런 분위기가 현대 한국영화의 역동성에 힘을 싣는 가장 주요한 요인이라는 것이 저자의 설명이다.
저자는 "장르관습의 대전제를 따르는 척하면서도 자기만의 형식적 얼룩을 남기는 일부 주류 영화에서의 스타일 성취에 주목하는 것은 특히나 유별난 현대 한국영화의 흐름이다. 어떤 형식이나 이념, 스타일의 족보에 속하지 않으면서도 과감하게 아비 없는 자식들의 무모한 야심을 추구하려 드는 현대 한국영화의 어떤 경향은 한국 영화계의 근본적인 동력이었다"고 설명한다.
저자는 전통적인 장르의 규칙을 자기만의 스타일로 비틀어 성취를 거둔 현대 한국영화의 미학적 정체성을 규명하고 '현재진행형인 신(新) 전통'을 이어갈 한국영화의 미래와 희망을 논한다.
을유문화사 펴냄. 340쪽. 1만8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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