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있는 곳·내일이 없는 소녀
(서울=연합뉴스) 김은경 기자 = ▲ 눈물들 = 공쿠르상을 받은 프랑스 문학사의 거목 파스칼 키냐르의 소설.
신화나 역사에서 과소평가됐거나 망각된 인물을 끌어내 조명한 키냐르는 이번에도 프랑크 왕국의 역사가 니타르와 사료에 단 한 줄로 남은 그의 형제(아르트니)를 소환해 소재로 삼았다.
이번 소설은 역사상 첫 프랑스어 문서인 스트라스부르 조약을 기록한 니타르와 그의 쌍둥이 형 아르티니, 그리고 그들의 주변인을 중심으로 풀어간다.
프랑스어가 태어나는 순간의 현장 스케치로, 언어(프랑스어)를 사람처럼 하나의 주인공으로 삼아 키냐르가 평생 천착한 주제인 옛날을 묘사한다.
키냐르는 이 책을 집필하던 중 한국 독자들에게 한마디 해달라는 요청에 "한국의 독자들에게 이 책을 바치고 싶다"고 답했다.
송의경 옮김. 문학과지성사. 272쪽. 1만5천원.
▲ 사랑의 대지 =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르 클레지오의 장편소설.
1967년 발표된 르 클레지오의 세번째 장편소설로, 상슬라드라는 소년이 지상에 태어나 성장하고 사랑하고 모든 유희와 언어와 무한한 의식을 경험하고 죽음을 맞이해 다시 고요 속으로 사라지기까지 대지 위를 살아가는 인간의 거대한 서사를 아우른다.
작가는 상슬라드라는 한 인간 생애의 결정적인 순간을 포착해내면서도 인간 존재의 삶 전체를 조망하고 나아가 인간의 언어와 인간이 속한 대지, 그 대지가 속한 우주까지 사유를 확장한다.
청년 시절 르 클레지오의 야심이 박동하는 감각적 묘사와 언어와 상상의 놀라운 기교, 그의 웅숭깊은 소설 세계의 정수를 발견하게 될 것이다.
최수철 옮김. 문학동네. 416쪽. 1만5천800원.
▲ 내가 있는 곳 = 퓰리처상을 받은 인도계 미국 작가 줌파 라히리 신작 소설.
모국어라 할 영어가 아닌 외국어인 이탈리아어로 쓴 첫 소설로, 40대 초반 미혼 여성인 주인공을 통해 존재의 당혹감, 뿌리내리기와 이질성이라는 작가가 천착하는 주제 의식을 확연히 그려낸다.
작가는 불안한 정체성과 이동하는 존재의 기억을 특유의 섬세하고 아름다운 문체로 선보인다.
이 소설에는 주인공의 이름과 사는 도시가 구체적으로 나타나지 않은데, 작가는 이름을 없앰으로써 이야기를 '열린 세계'의 것으로 만들어 우리 모두의 이야기로 삼으려 했다.
이승수 옮김. 마음산책. 200쪽. 1만3천500원.
▲ 내일이 없는 소녀 = '월요일이 없는 소년'의 작가 황희의 신작 미스터리 판타지 소설.
'월요일이 없는 소년'의 스핀오프로, 어떤 선택을 하는 순간 모든 가능성만큼의 평행 세계가 열린다는 독특한 설정을 바탕으로 한다.
도이는 자신에서 잔류 사념을 보는 능력뿐 아니라 과거의 시간에 접촉함으로써 현재의 삶이 아닌 또 다른 세계를 분기하는 능력이 있음을 깨닫는다.
그는 가족으로부터 가혹 행위를 당한 지석, 9살 이후로 알 수 없는 환청에 시달리는 석윤, 석윤을 대신해 얼굴에 끔찍한 상처를 입은 수혁, 그리고 과거의 끔찍한 기억으로부터 고통받는 사람들에게 새로운 평행 세계에서 살 선택의 기회를 주기로 결심한다.
조두순 사건 등 실제 일어난 사건을 연상시키는 이야기들이 담겨 읽는 이의 마음을 아프게 한다.
네오픽션. 408쪽. 1만3천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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