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롤린스카 연구소 "구강 박테리아 많으면 위험"
(서울=연합뉴스) 한기천 기자 = 췌장암은 가장 치명적인 암 중 하나다. 늦게 발견되는 경우가 많고 대부분 예후도 좋지 않다.
하지만 췌장에 생긴 종양이 모두 암으로 변하는 건 아니다. 예를 들면 '물혹'으로 불리는 낭포성 췌장 종앙(췌장 낭종)은 양성이 많다. 문제는 이중에도 일부는 암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스웨덴의 카롤린스카 연구소 과학자들이 췌장 종양의 암 진행 여부를 진단하는 데 '생물표지(biomarker)'가 될 수 있는 흥미로운 박테리아를 발견했다. 바로 구강에서 서식하는 박테리아였다. 이 연구 보고서는 임상 전문 학술지 '거트(www.gut.bmj.com)'에 실렸다.
14일(현지시간) 온라인(www.eurekalert.org)에 배포된 보도자료에 따르면 연구팀은 환자 105명의 췌장 물혹 수액(fluid)을 채취해, 어떤 박테리아의 DNA가 있는지 검사하고, 종양의 유형과 발암 위험성을 분석했다.
그 결과 양성 물혹의 수액과 비교할 때, 이형성 정도가 높은(high-grade dysplasia) 물혹의 수액과 암성 종양의 수액에서 훨씬 더 많은 박테리아 DNA가 나왔다.
연구팀은 이 박테리아의 정체를 밝히기 위해, 박테리아 DNA가 많이 나온 샘플 35건의 DNA 염기서열을 분석했다. 그랬더니 이형성 정도가 높은 물혹과 암성 종양의 수액 및 조직에서 많이 발견된 건 구강 박테리아였다.
카롤린스카 연구소는 전 세계 의대 '톱 10'에도 종종 들어가는 스웨덴의 명문 의대다. 이 대학교수 50명으로 구성된 카롤린스카 의대 노벨위원회가 매년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를 선정한다
보고서의 교신저자인 마르가레트 셀베리 셴 치대 교수는 "낭종이 암으로 진행하는 신호를 발하기 시작하는 단계에서 가장 많은 박테리아가 관찰됐다"면서 "암이 될 위험이 높아 절제 수술이 필요한 낭종을 조기에 발견하는 생물지표로 활용되기를 희망하고, 동시에 양성 낭종의 불필요한 수술도 줄어들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 박테리아가 췌장암 환자의 침에 많이 있다는 건 이전의 연구에서 이미 밝혀졌다.
연구팀은 내시경 검사를 받은 췌장암 환자에서 박테리아가 증가했다는 점에 주목했다. 검사 과정에서 원래 입안에 서식하던 박테리아가 췌장으로 옮겨졌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연구팀은 내시경 검사 외의 다른 요인이 작용했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다. 이번 연구를 계기로 췌장 종양의 발달 과정에서 박테리아가 하는 역할을 재평가할 수 있다는 것이다.
향후 연구에서 박테리아가 실질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밝혀지면, 항균제를 사용하는 새로운 치료 전략이 마련될 수 있다고 연구팀은 말한다.
cheo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