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변호사 입회ㆍ진술녹취 없이 수사해 부실논란 자초
(수원=연합뉴스) 류수현 기자 = 경찰이 변호사 입회와 진술녹화 등 주요 절차를 빠뜨린 채 진행한 '시흥 지적장애인 성폭행 피해 사건'에 대한 재수사에 착수했다.
경기남부지방경찰청은 경계성 지적장애를 앓는 A(21) 씨가 시아버지 지인인 B(59) 씨로부터 성폭행을 피해를 봤다고 주장한 사건을 재수사하고 있다고 15일 밝혔다.
A 씨 부부는 지난해 9월 A 씨가 B 씨로부터 성폭행을 당할 뻔했다고 경찰에 신고했다.
당시 시흥경찰서는 사건 접수 당일 A 씨에 대한 2차례 조사를 진행하고 두달여 뒤 3차 조사를 끝으로 피해자 조사를 마무리했다.
이 과정에서 경찰은 변호사 없이 A 씨를 조사해 성범죄사건은 변호사 입회하에 조사하도록 한 내부 규칙인 '성폭력범죄의 수사 및 피해자 보호에 관한 규칙'을 지키지 않았다.
신고 당일 이뤄진 1, 2차 조사는 A 씨가 변호사를 선임하기 전이었지만 3차 조사는 변호사가 선임된 이후였음에도 A 씨는 혼자 경찰에 나와 조사를 받았다.
또 경찰은 2차 조사에서는 진술녹화도 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은 피해자가 장애로 변별력이나 의사결정 능력이 떨어질 경우 피해자 진술과 조사 과정을 영상물로 촬영해 보존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A 씨는 "과거에도 B 씨의 사무실과 모텔 등에서 4차례 성폭행을 당했다"고 진술했지만, 경찰은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하고 신고 당일 발생한 성폭행 미수 혐의만 적용해 B 씨를 검찰에 송치했다.
경기남부청 관계자는 "당시 경찰 수사가 부실했다는 지적에 따라 검찰과 협의해 사건을 재수사하기로 결정했다"며 "다시 피해자 진술부터 자세히 들어보는 등 사건을 면밀히 수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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