폼페이오 "미국인 조사 관련자에 비자 제한"…추가 제재 위협도
인권단체 "고문·살인자 놔두겠단 메시지이자 폭력적 시도" 맹비난
(워싱턴=연합뉴스) 백나리 특파원 = 미국 정부는 15일(현지시간) 아프가니스탄에서 미군의 전쟁범죄를 조사하는 국제형사재판소 인사들에게 미국 입국을 제한하겠다고 밝혔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이날 국무부 브리핑실에서 기자들과 만나 "미국인에 대한 국제형사재판소의 어떤 조사에도 직접 책임이 있는 인물들에게 미국 비자가 제한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9월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ICC가 미국의 뒤를 밟는다면 ICC 판·검사들의 미국 입국을 금지하고 미국 형사법에 따라 그들을 기소할 것"이라고 경고한 데 이어 실제적 조치에 나선 것이다.
로이터통신은 "미국이 폼페이오 장관의 발표로 ICC에 대한 첫 조치에 나선 것"이라고 전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비자 제한이 끝이 아니다"라며 "ICC가 방침을 바꾸지 않으면 경제제재를 포함해 추가 조치를 취할 준비가 돼 있다"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이 비자 제한은 이스라엘을 비롯한 동맹국 국민을 뒤쫓는 ICC의 노력을 막는 데도 사용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의 안드레아 프라소 국장은 로이터통신에 "고문자들과 살인자들에게 '여러분의 범죄를 놔두겠다'는 분명한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라며 "(ICC) 조사관들을 처벌하려는 폭력적 시도"라고 맹비난했다.
ICC에 소속된 검사는 2003년 5월부터 이뤄진 아프가니스탄에서의 전쟁범죄를 조사할 권한을 재판부에 2017년 11월 요청했다. 조사 범위에는 미 중앙정보국(CIA)이 포로를 수용하고 있는 지역까지 포함됐다.
재판부는 검사가 제출한 자료를 검토 중이며 권한을 승인할지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지난 1월에는 독일 출신의 크리스토프 플뤼게 ICC 재판관이 미국 등에 의한 외압을 비난하며 전격 사임했다.
그는 당시 독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미국 등의 정치적 개입에 "충격적"이라는 표현을 써가며 ICC가 아프가니스탄 주둔 미군의 범죄 행위를 조사하려고 하자 미국 정부가 판사들을 위협했다고 주장했다.
네덜란드 헤이그에 본부를 둔 ICC는 집단학살·전쟁범죄·반인도적 범죄 등을 저지른 개인을 심리·처벌할 목적으로 2002년 설립된 상설 국제법정으로 123개국이 회원국이다. 로이터통신은 "최후의 보루인 법정"이라고 표현했다.
nar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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