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연합뉴스) 박세진 특파원 = 일본 정부가 '플랫폼'으로 불리는 거대 IT(정보기술) 기업의 거래 투명성과 공정성을 높이기 위해 금지 규정을 세세히 담은 '디지털 하청법' 제정을 검토 중이라고 마이니치신문이 16일 보도했다.
이 법은 거대 IT 기업의 부당 거래 행위를 상세하게 규정하고 이를 위반할 경우 신속하게 시정 권고 및 명령을 내려 중소기업이나 소비자들의 피해를 줄이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일본 경제산업성, 공정거래위원회, 총무성 등 관계부처는 이달부터 비공개회의를 열어 디지털 하청법 준비 작업에 착수했다.
거대 IT 기업을 규제하는 일본의 현행 독점금지법은 규약 당일 변경이나 새로 책정한 가격의 사후 통보 등을 상정하지 않아 이를 단속할 마땅한 근거가 없는 상황이다.
또 불공정 거래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관계자 의견을 듣고 개별적인 위반 사실을 확인해 처분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려 사활이 걸린 중소기업에는 별 도움이 되지 않고 있다.
게다가 위반 행위에 대한 과징금 수준이 낮고 실제 부과하는 사례가 별로 없어 불공정 거래를 부추긴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이에 따라 일본 정부는 현행 독점금지법의 미진한 부분을 보완해 중소·벤처기업과 소비자를 보호할 확실한 장치를 마련키로 했다.
우선 거대 IT 기업에 대한 불공정 거래 민원을 한층 신속히 처리하는 제도를 도입하고, 기술·사업 환경의 급격한 변화에 맞춰 구체적인 금지행위를 적시한 지침을 만들 방침이다.
견제장치가 제대로 작동할 수 있도록 과징금 수준을 올리는 방안도 검토하기로 했다.
일본 정부는 아울러 과도한 규제가 기술혁신에 걸림돌이 되는 것을 막기 위해 거래 투명성을 중시하는 유럽연합(EU) '플랫폼 규제법'을 바탕으로 검토 중이다.
마이니치에 따르면 EU 규제법은 계약조건이나 변경이유 등을 거래 상대방에 명확히 밝히도록 의무화하고 위반할 경우 행정처분을 내리는 것 외에 민사소송으로 해결하는 장치를 두고 있다.
한편 일본 집권 자민당은 15일 미국계 4대 IT 기업을 통칭하는 '가파'(GAFA) 규제 방안을 연구하는 경쟁정책조사회를 열어 1차로 미 애플과 아마존 일본법인 관계자들로부터 거래 투명성·공정성 확보 방안, 개인정보 취급 실태 등에 관한 의견을 들었다.
애플은 미국 본사 간부를 출석시켜 앱스토어의 수수료 책정 및 경쟁이 투명하고 공정하게 이뤄지고 있다고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의에 참석했던 한 자민당 의원은 아사히신문에 "애플은 수십장의 자료를 준비해 왔고, 아마존은 준비한 자료는 없었지만 매우 적극적으로 설명했다"고 전했다.
자민당은 내주 중 구글과 페이스북 관계자도 불러 의견을 들을 예정이다.
parksj@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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