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건보자격 관리강화…6개월 넘게 체류땐 가입 의무화

입력 2019-03-17 06:00  

외국인 건보자격 관리강화…6개월 넘게 체류땐 가입 의무화
보험료 체납하면 체류 기간 연장·재입국 때 불이익 추진
외국인이 모두 '먹튀'는 아냐…국내 외국인 직장 가입자는 대체로 손해

(서울=연합뉴스) 서한기 기자 = 재외국민을 포함한 외국인에 대한 건강보험 자격관리가 한층 강화된다.
국내 들어와 비싼 진료만 받고 출국해버리는 일을 막기 위해서다.
외국인은 말 그대로 외국 국적을 보유한 사람으로, 한국계 외국인도 포함한다. 재외국민은 외국에 체류하거나 오랫동안 살면서도 대한민국 국적을 유지하는 한국국민을 말한다.
17일 보건복지부와 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중순부터 외국인 및 재외국민이 지역가입자로 국내에서 건강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최소 체류 기간을 기존 3개월에서 6개월로 늘린 데 이어, 오는 7월부터는 6개월 이상 국내 머무를 경우 선택이 아닌 의무적으로 건강보험 지역가입자로 가입해야 한다.
그간 외국인 및 재외국민(직장 가입자 및 직장 피부양자 제외)은 국내 입국해 3개월 이상 체류하면 개인의 필요에 따라 건강보험에 지역가입자로 가입해도 되고, 가입하지 않아도 됐다.
이처럼 짧은 체류 기간 요건과 임의가입으로 말미암아 고액의 진료가 필요하면 일시적으로 들어와 건강보험에 가입해 진료 후 출국하는 도덕적 해이를 유발하는 문제가 있었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18일 입국한 외국인과 재외국민부터 국내 입국일로부터 6개월이 되는 날부터 건강보험에 지역가입자로 가입할 수 있게 됐다. 또 입국 후 6개월 동안 연속 30일을 초과해 국외에 체류하는 경우에는 재입국일부터 다시 6개월이 지나야만 지역가입자로 가입할 수 있게 됐다. 가입 후 연속해 30일 이상 출국 시에는 건강보험 지역가입자 자격을 잃게 됐다.
나아가 오는 7월부터는 국내 입국 후 6개월 이상 체류하면 지역가입자로 의무적으로 가입해 보험료를 부담해야 한다.
이런 조치로 약 55만명의 외국인(재외국민 포함)이 지역가입자로 새로 의무 가입해 건강보험료를 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외국인의 보험료 부담 수준도 높였다. 외국인 지역가입자는 국내에 소득·재산이 없거나 파악하기 어려워 건보료를 상대적으로 적게 내는 문제가 있었다.
올해 1월부터 외국인 지역가입자 세대는 전년도 건강보험 전체 가입자(지역가입자와 직장 가입자 포함) 평균보험료 이상을 내게 했다.
이전까지는 지역가입자의 평균보험료만 부담하면 돼 보험료를 적게 냈다.
오는 5월부터는 보험료 체납 외국인의 체납정보를 법무부에 제공해 체류 기간 연장 허가, 재입국 등 각종 심사 때 반영해 불이익을 주기로 했다.
외국인이 건강보험료를 체납했을 때 효과적인 징수 수단이 없었다는 지적에 따라서다.
현재 외국인의 경우는 6개월 이상 국내에 거주한다면 지역가입자로 건강보험에 가입할 수 있게 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임의 규정뿐이다. 그래서 외국인 등은 건강보험 가입신청을 하지 않고 있다가 고액의 치료가 필요할 때에 가입할 수 있다. 보험료 부담과 급여 혜택의 유불리에 따라 선택적으로 가입자격을 취득할 수 있기에 내국인과의 형평성 문제를 낳았다.
게다가 외국인은 고액의 치료를 받고 보험료를 미납하더라고 소득이나 재산 등을 파악하기 어려워 체납보험료 부과 및 부당이득금을 환수하기가 매우 어렵다. 이런 제도의 허점을 악용해 일부 외국인이 치료 목적으로 입국, 고가 치료를 받고 건강보험료를 미납한 뒤 출국하는 일이 벌어진다.
그렇다고 국내 체류 중인 모든 외국인이 건보 '먹튀'를 하는 것은 아니다.
국내 사업장에 취업한 외국인 대부분은 낸 보험료보다 보험 혜택을 덜 보고 있다. 대체로 손해를 보는 것이다.
건강보험공단의 '2013∼2017년 국민·외국인·재외국민 건강보험료 현황 '자료를 보면, 외국인 직장 가입자는 최근 5년간 1인당 평균 537만원의 건강보험료를 냈지만 받은 급여 혜택은 절반에 못 미치는 220만원으로 집계됐다.
재외국민 직장 가입자도 최근 5년간 1인당 평균 건보료로 846만원을 납부했으나, 370만원의 보험급여를 받았을 뿐이다.
2018년 6월 말 기준 건강보험에 가입한 외국인과 재외국민은 약 94만명이다. 직장 가입자가 45만명(47.87%)으로 가장 많고, 보험료를 내지 않은 직장 가입자의 피부양자 20만명(21.27%), 지역가입자 29만명(30.85%) 등이다.
외국인과 재외국민 직장 가입자(피부양자 포함)가 70% 정도로 차지한다. 국내 단기 체류 후 고가 치료를 받고 출국해 '의료쇼핑'과 '얌체 진료' 논란을 빚는 외국인 지역가입자는 건강보험증을 가진 외국인의 '3분 1'에 조금 못 미친다.
다만, 외국인과 재외국민 지역가입자는 내국인 지역가입자와 마찬가지로 납부한 보험료보다 많은 건강보험 혜택을 누렸다.
외국인 지역가입자는 최근 5년간 1인당 평균 137만원의 보험료를 내고 3.4배가 넘는 472만원의 보험급여를 받았다. 재외국민 지역가입자 또한 1인당 평균 344만원을 내고 2.3배가 넘는 806만원의 급여 혜택을 받았다.
외국인 지역가입자가 이렇게 많은 보험 혜택을 보기에 외국인 지역가입자 건강보험 재정수지는 2017년 2천51억원 등 최근 5년간 7천억원의 적자를 냈다.
그렇지만 외국인 직장 가입자와 지역가입자를 통틀어 전체 외국인 건강보험 재정은 흑자다. 외국인 건강보험 가입자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외국인 직장 가입자가 낸 보험료보다 급여 혜택을 훨씬 덜 누리기 때문이다.
외국인 전체 가입자의 재정수지는 2017년 2천490억원 흑자를 보이는 등 최근 5년간 1조1천억원의 흑자를 기록했다.



shg@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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