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시가격 인상에 "세금 얼마 나오나" 술렁…매매시장은 '잠잠'

입력 2019-03-17 13:03  

공시가격 인상에 "세금 얼마 나오나" 술렁…매매시장은 '잠잠'
집주인 "예상했던 일", 매수자 "집값 더 떨어질 것"…관망세 짙어져
급매물 출시 등 큰 동요 없어…전문가 "과세 본격화되면 매물 늘어날 수도"




(서울=연합뉴스) 서미숙 고은지 기자 = "공시가격이 많이 오를 것이라고 예상했던 터라 크게 동요하진 않네요. 세금 걱정은 하는데 실제 보유세 고지서를 받아봐야 체감하지 않을까요." (서울 강남구 개포동의 한 중개업소 대표)
"공시가격이 작년에 이어 올해 또다시 20∼30%가 오르니 적잖이 부담을 느끼는 것 같습니다. 소득이 없는 은퇴자들은 주택 규모를 줄여야 하나 고민이 많이 될 겁니다." (서울 강동구 고덕동의 한 중개업소 대표)
올해 서울 아파트 공동주택 공시가격이 12년 만에 최대치로 상승하면서 아파트 시장도 조금씩 술렁이는 분위기다.
당장 급매물이 나오거나 가격이 하락하는 등 동요하는 모습은 없지만 세금에 민감한 일부 집주인들은 예상 보유세는 얼마나 될지, 감당할 만한 수준인지 따져보려고 분주한 모습이었다.
지난 주말 서울지역 중개업소에는 외견상 오가는 사람들 없이 조용한 가운데, 공시가격과 시장 분위기를 확인하려는 집주인들의 전화문의가 줄을 이었다.
마포구 아현동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주로 공시가격을 직접 검색하기 어려운 노년층들이 중개업소로 전화를 걸어와 상담을 했다"며 "공시가격이 많이 뛰어서 보유세 걱정은 하는데 일단 공시가격 상승을 각오하고 있어서 그런지 크게 동요하진 않는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용산구 이촌동의 한 중개업소 대표도 "요즘 거래절벽이라 공시가격 발표 이후에도 아직은 조용한 분위기"라며 "보유세 부담 때문에 팔고 싶어도 양도소득세 부담이 커서 당장 매물이 크게 늘 것 같진 않다"고 말했다.
노원구 상계동 일대도 조용한 분위기였다.
상계동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이 동네는 전용 79㎡ 이하 소형이 대부분이어서 공시가격에 큰 영향을 받진 않는다"며 "임대사업을 하는 다주택자들은 보유세 부담 때문에 고민이 될텐데 아직 팔아달라는 문의는 없었다"고 전했다.
강남권 일대 매매시장도 대체로 관망세다. 현지 중개업소에는 세금이 얼마나 오를지, 집을 파는 게 나을지 묻는 문의 전화가 이어졌지만 당장 매물로 나오진 않고 있다.
강남구 개포동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보유세 부담이 얼마나 늘어날지 걱정하는 문의가 있었지만 당장 집을 팔겠다는 사람은 없다"며 "좀 더 시간이 지나야 반응이 올 것 같다"고 전망했다.
서초구 반포동의 한 중개업소 사장은 "일단 세금 문제가 복잡하기 때문에 세무사 등과 상담을 거치고 충분히 득실을 따져본 뒤 의사결정을 하지 않겠느냐"며 "공시가격 이의신청 기간도 있고, 실제 보유세 부과는 올해 7월부터 시작되니 집주인도 그전까지 충분히 고민하고 집을 팔지, 보유할지 결정할 것"이라고 봤다.


이 때문에 공시가격이 확정 발표되는 4월 말, 또는 보유세 과세 시점인 6월 1일을 전후해 매물이 나오는 등 시장에 변화가 나타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강남구 대치동의 중개업소 사장은 "강남은 집이 1가구만 있어도 종합부동산세 대상이고, 2가구 이상이면 대부분 종부세도 세율 누진 구간에 들어서 특히 소득이 없는 은퇴자들은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며 "올해 단독주택 공시가격도 크게 오르기 때문에 다주택자들은 주택 수를 줄여야 할지 고민이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내년부터 최대 80%에 이르는 장기보유특별공제를 받기 위해서는 2년 거주요건을 충족해야 해 종부세가 과세되는 6월 1일을 기점으로 연내 주택 매도 여부를 결정하려는 사람도 늘어날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했다.
작년에 이어 2년 연속 공시가격이 급등하면서 일부 불만의 목소리도 들렸다.
강동구 고덕동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공시가격이 예상외로 많이 올라 이의신청을 하겠다는 사람들이 좀 있다"며 "특히 소득이 없는 고령층은 세금 몇십만원 오르는 것도 상당한 부담이어서 민감한 반응을 보인다"고 말했다.
특히 올해 공시가격 상승률 1위를 기록한 과천시 주민들의 불만이 컸다.
중앙동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이 지역 주민들은 3기 신도시 지정은 반기지도 않는데 과천이 왜 전국 상승률 1위인지 이해가 안 간다며 이의신청을 하겠다고 한다"며 "노년층들은 최근 매매시장이 죽어 있어서 팔지도 못하고 난감해한다"고 전했다.
반대로 마포의 한 중개업소 사장은 "공시가격 인상은 그만큼 해당 아파트의 가치가 높아졌다는 의미이기도 해서 좋은 의미로 받아들이기도 한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주택 매도, 증여, 보유 여부를 놓고 다주택자들의 고민이 더욱 깊어질 것이라고 예상한다.


실제 최근 세무사 사무소는 연일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다. 올해 단독주택 공시가격이 급등할 것으로 예고된 가운데 공동주택의 보유세 부담도 늘면서 세금 득실을 따져보려는 사람들이 늘어난 까닭이다.
김종필 세무사는 "공시가격 6억원 이하 중소형은 임대사업등록을 권하고 있는데 올해 공시가격이 크게 올라 임대사업 혜택이 없는 고가주택은 증여 쪽으로 방향을 선회하는 분위기"라며 "양도세가 중과되지 않는 비조정지역 주택을 팔아 주택 수를 줄이려는 사람도 있다"고 말했다.
다만 임대사업자에 대한 각종 신고 의무가 적지 않고 임대의무기간을 채우지 못하는 경우 등에 부과되는 과태료가 5천만원으로 늘어나는 등 제약도 늘어 임대사업자 등록이 과거처럼 폭발적으로 늘어나진 않을 전망이다.
당장 매매시장의 관망세는 더욱 짙어지는 분위기다.
공시가격 발표 이후 집값이 추가로 하락할 것이라는 기대감에 매수 예정자들이 일단 매수시점을 늦추려는 기색이 역력하다.
송파구 잠실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최근 몇 달간 가격이 내려가면서 매수타이밍을 저울질하는 대기자들도 있었는데 공시가격 인상으로 파장을 좀 더 지켜보려고 할 것"이라며 "한동안은 매도-매수자간 눈치 보기로 거래는 더 위축될 것 같다"고 전망했다.
고덕동의 중개업소 대표는 "매도자들은 지금 가격이 바닥이라고 생각하는데 매수자들은 종부세와 대출 규제 때문에 더 떨어질 것이라고 보고 있어서 호가 격차가 1억원 이상 벌어진 상태"라며 "그 갭이 줄어들려면 시간이 좀 걸릴 것"이라고 예상했다.
sms@yna.co.kr, eu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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