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부인하지만…지난해 미국 내 백인우월주의 선전활동 182% 늘어
혐오 단체 수 1천20개로 사상 최대…FBI, 2017년 증오범죄 17% 증가
(서울=연합뉴스) 김승욱 기자 = 뉴질랜드 크라이스트처치 총기 테러 사건을 계기로 미국 내에서 백인우월주의 경계론이 확산하고 있다.
50명의 희생자를 낸 이번 사건의 용의자 브렌턴 태런트(28) 법정에 출석하면서 백인 우월주의를 상징하는 손가락 표시를 했으며, 범행 직전 인터넷 사이트에 올린 '반이민 선언문'에서 '백인 민족주의 영웅들'이 동기를 부여했다고 밝혔다.
그는 선언문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백인의 정체성을 새롭게 하는 상징'이라고 추켜세우기도 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사건이 백인 우월주의와 관련돼 있다는 우려를 일축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5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 사건이 백인 우월주의 문제를 보여주는 것인가'라는 질문에 "그렇지 않다. 나는 아주, 아주 심각한 문제를 가진 소수의 사람이 벌인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그러나 미국 인터넷 매체 복스는 트럼프 대통령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미국 법무부 자료와 시민자유 단체의 보고서들은 미국 내 백인우월주의가 확산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보도했다.
미국의 최대 유대인 단체인 '반명예훼손연맹'(ADL)이 이달 초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백인우월주의자의 선전 활동은 미국 전역에서 1천187차례 이뤄졌다. 이는 2017년의 421차례와 비하면 182% 증가한 것이다.
인종차별주의 집회와 시위도 전년보다 증가했다. ADL이 지난달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8년 인종차별주의 집회나 백인우월주의자가 참여한 공공행사는 적어도 91건에 달했다. 2017년은 76건이었다.
또 남부빈곤법률센터(SPLC)가 지난달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전역에서 활동 중인 혐오 단체의 수는 사상 최대인 1천20개를 기록했다.
미국 정부의 공식 통계도 극단주의자의 폭력이 증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연방수사국(FBI)이 지난해 11월 발표한 연례보고서에 따르면 2017년에 보고된 증오범죄 건수는 전년보다 17%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미국 내 백인 우월주의가 세를 키워나가자 이를 경계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보안 자문업체 수판 그룹의 설립자이자 전 FBI 요원인 알리 수판은 미국 인터넷 매체 데일리 비스트에 "미국 정부와 정보기관은 백인우월주의를 서구 국가에 퍼진 테러리스트 네트워크로 인식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사회의 저변에 잠복한 '이슬람 혐오증'(Islamophobia)을 극복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CNN은 16일(현지시간) 영국의 정치 평론가 아에샤 하자리카가 기고한 '증오를 멈추고 무슬림을 인간으로 바라봐야 한다'는 제목의 칼럼을 소개했다.
하자리카는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공약으로 무슬림 입국 금지를 내세웠고, 보리스 존스 전 영국 외무부 장관이 무슬림 여성을 모욕하는 농담을 한 것을 언급하며 "우리는 괴롭힘과 증오와 테러의 희생자가 됐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모든 무슬림이 폭력이나 테러리즘의 영향을 받는다는 식으로 비유하는 것은 위험하고 잘못된 것"이라며 "대부분의 무슬림, 특히 이민자는 고개를 숙이고 조용하고 평화로운 삶을 원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는 '침략'을 위해 오는 것이 아니라 자신에게 더 나은 삶을 위해 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kind3@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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