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계 "재발하면 업계 근간 흔들려, 자정 노력 절실"…전체 매도는 우려
(서울=연합뉴스) 이은정 기자 = '마당발'로 통한 빅뱅 승리와 오디션 출신 가수 겸 방송인 정준영의 '카톡방 파문'에 아이돌 가수들이 추풍낙엽처럼 떨어져 나갔다.
성관계 불법 촬영물을 카카오톡 단체방에서 공유한 가수들이 줄줄이 공개돼 연예계 은퇴나 팀 탈퇴를 선언하다 보니 '쇼크'란 말이 무색하지 않다.
그간 개인 일탈과 범죄가 파장을 일으킨 사례는 많았지만, 다수 연예인이 엮이고 성접대, 마약, 성관계 '몰카', 음주운전, 경찰 유착 등 각종 범죄 의혹이 총체적으로 결합한 사건은 전대미문이다. 승리가 사내 이사로 있던 강남 클럽 버닝썬 사건에서 성관계 '몰카' 의혹이 불거진 정준영의 카톡방 파문으로 이어져서다.
특히 성범죄에 대한 경각심이 대두한 사회 분위기에서 아이돌과 '몰카'가 결합한 충격적인 성추문에 대중의 관심이 집중됐다. 그러자 연예계까지 초토화한 이번 사태 시발점인 버닝썬의 각종 범죄 의혹이 묻힐까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다.
그런 우려에도 일명 '황금폰'으로 불린 정준영의 휴대전화 카톡방 후폭풍은 거세다.
정준영이 출연한 KBS 2TV '1박 2일' 멤버들의 카톡방 대화가 지난 16일 KBS 뉴스에 공개되며 개그맨 김준호와 배우 차태현의 해외 원정 내기 골프 의혹이 추가됐다.
17일 두 사람은 해외에서 골프를 친 것이 아니며, 내기 골프로 딴 돈은 게임이 끝난 직후 돌려주거나 받았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책임을 통감한다면서 출연 중인 모든 방송에서 하차하겠다고 밝혔다.
연일 도미노처럼 새로운 인물의 다른 의혹이 이어지니, 연예계 도덕적 해이를 맹비난하던 누리꾼 중 일부는 다른 거물급 사건이 덮이면 안된다고 촉구하기도 했다.
김준호와 차태현의 방송 하차를 바라보는 시선에도 비판론과 동정론으로 온도차가 있었다. 다만, 2016년 같은 혐의를 받은 정준영을 다시 출연시킨 제작진에 대한 비판과 프로그램 폐지 요구는 빗발쳤다.
연예계 종사자들은 일파만파인 사태에 깊은 한숨을 내쉬며 기획사의 시스템과 관리 책임을 묻는 사회적인 비판을 통감하고 자정 노력이 절실하다는데 이견이 없다고 입을 모았다.
가요계의 경우 지난 20년간 공들여 쌓은 K팝 위상에 먹칠한 것은 물론, 이를 견인한 아이돌 육성 시스템에 대한 비판에 직면했다. 영국 로이터는 K팝 스타들의 인기있는 노래와 안무는 "도덕 교육을 받을 시간을 희생해 탄생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한 가요 단체 고위 관계자는 "이번 사태를 반면교사로 다시는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연예인, 기획사 모두 경각심을 갖고 자정 노력을 해야 한다"며 "기획사의 관리와 교육, 연예인의 인권이 충돌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시스템을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일부 연예인의 심각한 도덕적 해이 탓에 대중문화계 전체가 부도덕한 집단이란 프레임이 씌워지는 것은 우려했다.
또 다른 대중문화 단체 고위 관계자는 "연예계 전체에 다른 이면이 있다는 시선이 걱정스럽다"며 "일부의 범죄 의혹으로 연예 산업 전체가 매도되는 일이 안타깝다"고 토로했다.
이어 "이번 사태는 연예인과 종사자 모두에게 경각심을 줬다"며 "아날로그 시절과 달리, SNS 등을 통해 모든 것이 공개되는 시대에서 스타는 대중 앞에 서는 사람으로서 엄격한 자기 관리가 필요하고, 기획사도 한류의 파급력에 걸맞게 건강하게 회사를 경영해야 한다. 이런 일들이 반복된다면 업계 근간이 흔들릴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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