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北 최선희 회견 후 침묵·무대응…이목쏠리는 그의 '입'

입력 2019-03-18 01:59   수정 2019-03-18 11:07

트럼프, 北 최선희 회견 후 침묵·무대응…이목쏠리는 그의 '입'
볼턴·폼페이오에 마이크 맡기고 일단 무대응 모드…속뜻은?



(워싱턴=연합뉴스) 송수경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한 문제에 대해 침묵을 이어가고 있다.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이 미국 시간으로 지난 14일 밤 핵·미사일 실험 재개 가능성까지 열어두며 '협상중단 검토'를 선언한 기자회견 이후 공개적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최 부상의 기자회견 이후 전반적으로 맞대응을 자제하며 '신중모드'를 보이는 가운데 외교·안보 투톱인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에 마이크를 맡기고 트럼프 대통령은 잠시 비켜선 모양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주말인 17일(현지시간) 민주당과 지난 대선 경쟁자였던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 '가짜뉴스', 고인이 된 '정적' 존 매케인 상원의원 등 국내 이슈를 놓고 '총질'을 하는 트윗을 여러 건 올렸지만, 북한 문제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그는 아일랜드에 기독교를 전파한 패트릭 성인을 기리기 위한 '성 패트릭의 날'인 이날 부인 멜라니아 여사와 함께 교회에서 예배를 본 것을 빼고는 공개 일정을 별도로 갖지 않았다.
대신 이날 전파를 탄 것은 '슈퍼 매파' 볼턴 보좌관의 발언이었다. 지난 15일 녹음된 뒤 이날 방송된 것으로 보이는 인터뷰에서 볼턴 보좌관은 최 부상이 기자회견에서 핵·미사일 실험 모라토리엄(유예)을 계속 유지할지 조만간 결정하겠다고 한 데 대해 "도움이 안 되는 발언으로, 좋은 아이디어가 아니다"라고 경고장을 날렸다.
또한 북한이 비핵화와 관련, 해야 할 일을 기꺼이 할 의향이 없었다며 협상 태도를 비판하는 한편으로 북한의 '혈맹'이자 대북 영향력이 막강한 중국을 향해 엄격한 제재 이행을 주문하는 등 강경 발언을 내놓으며 대북 압박 행보를 이어갔다.
그러면서도 "트럼프 대통령은 이 위협을 협상을 통해 해결하기를 원한다"며 강온 메시지를 동시에 발신하며 수위조절에 나섰다.
앞서 폼페이오 국무장관도 지난 15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하노이 정상회담에서 내놓은 제안이 충분치 못했다며 미사일과 무기 시스템 등 전체 대량살상무기(WMD) 프로그램 전체를 비핵화 대상으로 다시금 못 박으면서도 협상을 지속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침묵·무대응' 모드는 '포스트 하노이' 국면에서 북한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 복구 움직임이 감지됐을 때 말을 아꼈던 기조의 연장 선상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시에도 "매우 실망할 것"이라는 말을 반복하면서도 상황에 대한 미 당국의 진단과 이후 대응 방향에 대해서는 말을 아낀 바 있다.
일단 북한이 비핵화 협상 궤도에서 완전히 탈선, 판이 깨지는 극단적 시나리오는 막고 협상 테이블로 다시 견인하려는 '상황관리' 차원으로 보인다.
섣부른 맞대응으로 파장을 키우기보다는 정확한 의도 파악 등을 통해 현 국면을 정확히 분석하고 신중하게 대응하겠다는 것 아니냐는 분석인 셈이다.
최 부상이 폼페이오 장관과 볼턴 보좌관을 협상 결렬 '책임자'로 몰아 공개 비난하면서도 트럼프 대통령은 추켜세우며 분리 대응함으로써 톱다운 협상 여지를 열어둔 것도 트럼프 대통령이 즉각적 대응 대신 신중 기조를 보이는 데 영향을 줬을 수 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의 침묵에는 동시에 북한이 협상중단 카드까지 꺼내 '벼랑 끝 전술'로 미국의 양보를 압박하며 반응을 기다리는 상황에서 북한의 페이스에 말리지 않겠다는 이중 포석이 깔려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그 연장 선상에서 북한을 향한 '무언의 경고'가 담겨 있다는 분석도 있다.
이와 관련, 하노이 핵 담판에서 김 위원장을 마주한 뒤 비핵화 협상의 현주소를 깨달은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의 '케미'에 의존, 장밋빛 전망을 잇달아 내놓던 그간의 자세에서 벗어나 보다 '현실적으로' 돌아섰다는 관측도 있다.
한 외교소식통은 "외부에서 보이는 것과 달리 트럼프 대통령은 하노이 정상회담에 가기 전부터 비핵화 협상이 녹록지 않다는 것과 외부의 우려가 크다는 걸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다"고 전했다.
하원을 장악한 민주당의 견제 공세가 갈수록 거세지고 '러시아 스캔들' 특검 수사 결과발표 임박 등 국내 상황이 녹록지 않은 점도 대북 행보에 있어 트럼프 대통령의 운신 폭을 좁히는 요인의 하나로 꼽힌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언제까지 침묵을 이어갈지는 분명치 않다. 그가 내놓을 '일성'이 현 국면의 중대 분수령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입'에 안팎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hanksong@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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